벌초 갔더니 파헤쳐진 무덤·사라진 유골…수사 '오리무중'
2020.10.25 08:05
수정 : 2020.10.25 11:07기사원문
(순천=뉴스1) 지정운 기자 = 전남 순천의 한 공동묘지에서 조상 묘가 파헤쳐진 후 유골이 사라진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사건 해결을 위한 단서를 찾지 못하며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5일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순천시 서면 한 공동묘지에서 봉분이 훼손되고 조상 유골이 사라졌다는 후손의 신고를 받았다.
후손들은 추석 앞두고 벌초를 위해 조상 묘를 찾았다가 마구 파헤쳐진 봉분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실수로 이장을 잘못했을 경우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착수했으나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며 수사는 한달째 답보 상태다.
경찰은 우선 순천시의 협조를 받아 분묘개장 신고 사례를 확인했지만 해당 묘지의 개장신고 내역은 없었다.
경찰은 분묘 개장이 있었던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시유지에서 사건이 발생한 점 등으로 인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공동묘지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도 없었고 한달여의 탐문과 각종 언론보도에 불구하고 목격자나 제보자도 없었다.
경찰은 지난 설에서 이번 추석 사이에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공동묘지로 향하는 도로 등의 CCTV를 조사했지만 이마저도 오래된 탓에 영상은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골이 온전한 상태로 보존됐다면 장의차라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마저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형체가 없어지는 탓에 이동수단 파악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 수사관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들이 이번 일로 너무 힘들어한다"며 "처벌보다는 조상의 유골을 찾길 원해 묘지 주변 마을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탐문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고의로 봉분을 훼손할 경우에는 형법 상 분묘발굴죄에 해당돼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 질 수 있고, 미수범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