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다 질’ 혁신 승부수… 삼성 27년간 350배 성장 일구다

      2020.10.25 18:12   수정 : 2020.10.26 11:15기사원문
고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87년 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삼성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25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이 취임한 이후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27년간 350배 가까이 뛰었다. 이 회장이 취임한 1987년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9000억원 수준. 이후 이 회장이 쓰러지면서 경영에서 사실상 손을 뗀 2014년에는 318조7634억원을 기록해 27년간 348배로 늘었다.

매출 규모는 1987년 9조9000억원에서 2014년 338조6000억원으로 34배 증가했으며, 자산은 8조원에서 575조1000억원으로 70배 넘게 늘어나 명실상부 국내 재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1위를 향한 승부수 적중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것은 반도체와 가전, 휴대폰이다.
지난 1974년 이 회장은 사내의 반대를 물리치고 반도체에 진출해 결국 일본을 누르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휴대폰도 품질 혁신에 대한 이 회장의 의지가 국내 시장에서 모토로라를 잡는 원동력이 됐다.

가전제품도 1990년대까지 삼성전자의 제품은 북미 시장에서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 동남아시아 일부에서만 성공을 거두면서, 국내 1위 정도에 만족하던 분위기였다. 1993년 6월 4일 당시 이 회장은 일본 도쿄에서 경영 현장을 지도해온 일본인 고문들과 삼성이 지닌 문제점들에 대해 회의를 했다. 새벽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이 회장은 디자인 수준을 어떻게 올려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당시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 디자인 부서를 지도했던 후쿠다 고문은 삼성전자에서 4년간 근무한 뒤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는 "일류상품은 디자인만으로는 안되고 상품기획과 생산기술 등이 일체화돼야 하는데, 삼성은 상품기획이 약하다. 개발도 오래 걸리고 제품을 내놓는 타이밍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그동안 이 회장이 숱하게 지적하며 고치기를 강조해온 고질적 관행이기도 했다.

이후 이 회장은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을 내놨다. 또 두달여에 걸친 회의와 사내강연을 통해 삼성의 체질을 바꾸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삼성은 영원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글로벌 가전시장의 최강자인 소니를 제치고 TV부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사업보국으로 경제성장 이끌어


이 회장의 승부수는 삼성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키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 궤도와 함께했다.

식품과 의복사업이 주력이었던 삼성이 1969년 전자사업을 시작할 때도, 1983년 반도체사업에 뛰어들면서 강조했던 것도 사업보국이었다. 1987년 12월 1일 호암아트홀에서 취임한 이 회장은 "삼성이 쌓아온 훌륭한 전통과 창업주의 유지를 계승해 이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교육시키며 그들에게 최선의 인간관계와 최고의 능률이 보장되도록 하겠다. 지금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이라며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 기업인의 본분이며 사회적 의무'라는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사업보국 경영철학을 계승했다.

2003년 6월 신경영 10주년 때도 이 회장은 "신경영의 성과를 어려운 국가 경제위기 극복과 국민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확산시켜 나가자"며 "우리가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일류 선진국이 될 수도,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은 당장의 제몫을 찾기보다 파이를 빨리 키워 국민소득 만불시대에 돌입하기 위해 온 국민이 다함께 노력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업보국은 3대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이병철 선대회장 3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삼성 계열사 사장단에 "사업보국 이념을 기려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되자"면서 "지금의 위기가 미래를 위한 기회가 되도록 기존의 틀과 한계를 깨고 지혜를 모아 잘 헤쳐나가자"고 말했다.
이 회장의 와병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선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사장단에 사업보국 계승을 공식화한 것이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김경민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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