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선행학습, 대면으로 실습… 새 직업교육 방향 제시
2020.10.27 17:41
수정 : 2020.10.27 17:4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이유범 기자】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른 원격수업에서 전문대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의 특성상 실습교육이 필수이지만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서 쉽게 실습교육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6일 찾아간 울산과학대는 이같은 어려움을 '플립 러닝'으로 돌파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직업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플립러닝'으로 코로나19 돌파
이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울산과학대 동부캠퍼스에 위치한 2대학관이었다.
이곳에서는 간호학과 학생들이 기본간호학 실습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마스크와 페이스 실드를 착용한 학생들 중 절반은 의료실습용 마네킨에 정맥주사를 놓는 법을 배우고 있었고, 절반은 교실 앞쪽에 위치한 책상에서 실습일지 등을 작성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실습수업 이전에 원격수업으로 선행학습을 해온 상태였다. 일명 역진행수업이라고도 불리는 '플립 러닝'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와서 수업을 듣는게 아니라 강의는 온라인 교재를 통해서 스스로 보고 수업시간에는 토론을 통해서 심화학습을 하거나 실습 등을 하는 방식이다.
플립러닝을 위해서는 원격교육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필수다. 울산과학대는 '플립 러닝'을 도입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학습관리시스템(LMS) Xclass를 도입하고, 2019년에는 원격수업 질을 높이기 위한 추가 시스템을 구축했다.
허정석 울산과학대 총장은 "과거 상고나 공고에서 맡았던 직업교육의 역할을 이제는 전문대가 맡고 있다"며 "현장실무에 적합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플립러닝의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봤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플립러닝 도입을 위해 원격교육을 준비하던 울산과학대의 노력은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속에서 빛을 발했다. 다른 전문대학들이 원격수업에 어려움을 겪던 것과 달리 원격수업을 준비해온 울산과학대는 원격수업 교과목이 급격하게 늘어났음에도 대응역량이 충분했다. 지난 1학기에는 개설된 1899개 교과목 중 69.8%인 1326개 교과목을 비대면 수업으로 운영했다. 비대면 수업으로 운영한 1326개 교과목은 콘텐츠 중심수업(Zoom을 통한 실시간 화상 수업 포함)도 100% 운영했다. 현장실습이나 임상실습이 필요한 교과목은 철저한 방역 조치 아래 '집중이수제'로 해결했다. 원격수업으로 충분히 이론을 습득한 만큼 실습에 큰 문제는 없었다는 게 학교측 설명이다.
■다양한 학습도구로 원격수업 한계 극복
교수와 학생간 피드백이 부족한 원격수업이 가진 한계는 다양한 학습도구로 극복했다. 1대학관 플립러닝실을 방문했다. 플립러닝실은 오프라인 수업시 벽면을 둘러싼 화이트보드에 학생들이 함께 판서를 하거나 메모지를 붙여 의견을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유수경 유아교육과 교수 겸 교수학습지원센터장은 온라인 회의 플랫폼으로 유명한 '줌'외에 '비캔버스( beecanvas)'라는 온라인 협업 도구를 함께 사용했다. 울산과학대는 비캔버스외에 '패들렛(padlet)' 등도 수업도구로 활용 중이다.
이들 수업도구를 이용해 '줌'으로만 수업을 진행하면 교수가 일방적으로 수업내용을 전달하게 되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교수가 질문하면 조별로 학생들이 마치 메모지를 붙이듯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했다.
울산과학대가 비교과 과목에서 운영중인 '유레카 프로그램' 역시 원격수업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다. 실습키트를 학생들 집으로 보내고, 집에서 원격수업으로 실습을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울산과학대는 이같은 플립러닝실 14곳과 교육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2곳의 콘텐츠 개발실도 운영하고 있다.
유 교수는 "플립러닝실과 다양한 학습도구를 이용하면서 오프라인과 같은 수업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끝나더라도 울산과학대는 '플립러닝' 방식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