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조선에도 할로윈 있었다?

      2020.10.29 07:35   수정 : 2020.11.12 13: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매년 10월 31일인 할로윈 데이는 아일랜드인의 선조인 고대 켈트족의 문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켈트족에게 한 해 마지막 날이었던 10월 31일, 이들은 귀신 분장을 하고 죽은 영혼이 자신에게 오지 못하게 하는 의식을 치렀다.

그런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도 할로윈이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고려∙조선 ‘나례’, 새해 전날 잡귀 쫓는 의식

고려∙조선시대 할로윈은 ‘나례(儺禮)’다. (사진)

‘나례’는 음력 한 해 마지막 날 깨끗한 새해를 위해 집안 잡귀를 쫓는 의식이다.


나례를 치르는 날이면 무섭게 생긴 가면을 쓴 자들이 궁중에서 춤을 추고 큰 소리를 냈다. 켈트족이 한 해의 마지막 날 10월 31일, 동물 가죽으로 분장하고 의식을 치른 것과 마찬가지다.

나례는 고려 초 공식적인 국가 의식이 됐다. 그 규모가 점차 커져 조선시대에는 나례를 준비하는 국가 기관이 별도로 생겼다.

궁중에서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나례를 치른 것으로 보인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긍익의 ‘연려실기술’에는 “섣달 그믐날 밤에 궁중에서 행하는 나례의 행사를 민간에서도 역시 모방하였다. 푸른 댓잎과 자형(紫荊)나무 가지와 익모초 줄기와 동으로 뻗은 복숭아나무 가지를 합하여 한데 묶어 비를 만들어서 창문과 문지방을 마구 두드리며 북과 방울을 울리고 문밖으로 쫓아내는 시늉을 하며 말하기를 '매귀(枚鬼)를 쫓아내자'고 한다”고 기록돼 있다.

좋은 의미를 담은 ‘나례’, 각종 폐해 낳기도

이렇듯 만인이 행하는 큰 행사였던 나례는 깨끗한 앞날을 기원하는 의식이었다.

하지만 의식의 의도와는 다르게 각종 폐해를 낳기도 했다.

우선 나례에서 쓰던 종이 가면의 값이 매우 비쌌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왕조 기록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종이 가면 한 장의 값이 쌀 20말 정도(약 160kg)와 맞먹었다.

또한 나례를 치르는 날 마을 분위기도 어수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 후기 국가기록물 ‘일성록’에는 “전부터 나례를 거행할 때에는 무뢰배와 한잡인(閑雜人: 관계도 볼일도 없는 사람)들이 난동을 부리고 잡란(雜亂: 뒤섞여 어지러움)해지는 폐단이 많았다”고 기록돼 있다.

이러한 폐해들을 낳은 나례는 점차 간소화됐다. 궁중 의식이었던 나례가 간소화된 만큼 그 무게가 가벼워져 국가의 기강이 흔들렸다.

뿐만 아니라 재정적 피해가 심했다. 따라서 국가가 행사에 드는 재원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다.

결국 정조 24년 나례를 공식 폐지했다.

현재 나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매년 이태원∙홍대 등 여러 유흥 지역에서 할로윈 파티가 열리고 많은 젊은 사람들이 몰린다.

올해 방역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유흥 지역 대상 특별 조치를 시행한다.
방역당국은 또한 외출을 자제하기를 권고했다.

omz@fnnews.com 이지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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