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하는 '항미원조'

      2020.10.28 18:00   수정 : 2020.10.28 18:00기사원문
중국 역대 정부는 6·25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고 불렀다. 미국에 대항해 조선(북한)을 도왔다는 뜻이다. 올해 중국 측의 항미원조 캠페인이 갈수록 태산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23일 참전 70주년 기념식에서 중공군의 참전을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중국 공산당 청년조직인 공청단은 25일 한술 더 떠 "6·25는 북한의 남침이 아닌 내전"이라고 어깃장을 놓고 나왔다.


중국 5세대 지도부의 이런 움직임은 엄연한 역사왜곡이다. 시 주석은 "1950년 6월 25일 조선 내전의 발발 후 미국은 병력을 보내 무력개입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의 남침과 마오쩌둥 전 주석이 이를 은밀히 사주하고 도운 사실은 쏙 빼먹었다. 옛 소련 해체 후 러시아 정부에서 기밀 해제된 외교문서를 봐도 스탈린이 김일성의 남침을 승인하고, 마오에게 지원하라고 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

작금의 항미원조 논란은 격화 중인 미·중 갈등의 부산물일 수도 있다. 중화패권의 부상을 우려하는 미국이 견제에 나서자 중국이 다시 북한을 지원하는 '신(新)항미원조' 전략으로 맞서고 있는 셈이다. 모간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25일 중국이 지원한 남침에 "자유국가들이 반격에 나서자 중국 공산당은 압록강을 건너 수십만명의 병력을 보냈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더욱이 마오가 중공군 파병을 위해 소집한 공산당 정치국회의에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이 참석했다는 비화도 있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이 6·25 참전영웅의 이름을 딴 '밴 플리트 상' 시상식에서 한·미 양국의 희생을 거론했다가 중국 네티즌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항미원조 논란의 불똥이 K팝 등 한류에까지 튄 형국이다.
그러나 애초 '항미원조'는 우리에겐 가당치 않은 조어다. 미국과 중국, 조선(북한)만 있고 대한민국은 빠져 있어서다.
그렇다면 '순망치한'(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의 북·중 관계가 불변인 상황에서 한·미 동맹이 흔들려서는 더욱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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