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세계 경제 수십년 좀비화" EIU
2020.10.29 02:43
수정 : 2020.10.29 07:27기사원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 경제를 '좀비화(zombification)'할 것으로 우려됐다. 좀비화는 또 단기간에 해소되지 못하고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28일(이하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산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글로벌 전망 담당 이사 아갸트 디마리(Agathe Demarais)는 좀비화는 세계 경제가 일본경제처럼 무력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일본화(Japanification)라고 하는 '더딘 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높은 부채'가 팬데믹 이후 "선진국 경제 전반에 걸쳐 일상이 되는 것"이라고 디마리는 경고했다.
디마리는 이날 공개한 EIU의 4·4분기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일본의 상황이 '경제적인 특이함(economic oddity)'이었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일본의 상황이 더 이상 특이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상황이 됨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제는 1989년 주식시장·부동산시장 거품이 꺼진 뒤 붕괴해 1991~2001년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다고 디마리는 상기시켰다.
디마리는 재정정책을 통한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은 실패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만 240%로 폭등했으며, 인플레이션은 '고집스럽게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의 결과 이같은 저성장·저 인플레이션·고부채 특징들이 앞으로 수십년간 선진국 경제에 흔한 것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디마리는 "이번 팬데믹은 백신이 나오면 끝날 수 있겠지만 코로나19 이후 선진국 경제 좀비화는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사상 유례 없는 대규모 재정정책으로 선진국 부채 수준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주요 20개국(G20) 국가들이 지금까지 발표한 경기부양책 규모만 약 11조달러 수준으로 일본·독일·프랑스 GDP를 합한 것에 버금가는 규모다.
디마리는 이때문에 선진국들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140%에 육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이전 같으면 이같은 수준의 부채비율은 채무위기 우려를 불러일으키지만 이번에는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돈을 찍어내 자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다르다고 밝혔다.
디마리는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이같은 공공부채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줄어들고, 이자 비용도 실질적으로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예상과 달리 급격히 뛰면 '심각한 위험'이 빚어질 수 있다.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막대한 정부 부채가 심각한 이자비용 증가를 불러 '통제불능의 악순환(spiral out of control)'이 초래될 수 있다고 디마리는 경고했다.
EIU는 이와함께 정부의 각종 구제금융이 기업의 "생산성, 혁신을 압박하고, 좀비 기업들을 늘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기업들은 정부에서 지원받은 낮은 금리 융자금으로 연구개발(R&D)에 나서는 대신 돈놀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디마리는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