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공사 부실경영 책임 인정 공식 사과 “이제 와서 왜?”

      2020.10.29 11:28   수정 : 2020.10.29 13:15기사원문

【제주=좌승훈 기자】 "뼈를 깎는 각오로 경영혁신에 매진하겠다" 만성 적자로 총체적 위기에 빠진 제주관광공사가 결국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월29일 개점 4년 만에 154억원의 적자를 내고 시내면세점 사업을 철수한 지 6개월 만이다.

■ 29일 기자회견 “창립 이래 최대 경영위기 사죄드린다”

5대 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고은숙 예정자에 대해 제주도의회가 ‘적격’ 의견을 낸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한 지 하루 만인 29일 현창행 사장대행(본부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창립 이후 최대의 경영위기를 맞아 그동안 지역사회와 도민들께 드린 상처와 상실감에 대해 공사 임직원의 마음을 담아 진심 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30분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문성환 해외마케팅처·관광산업처장, 강봉석 면세사업단장, 문경호 경영전략처장, 양필수 지역관광처장도 함께했다.

현 사장대행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제주도민사회와 제주도의회, 언론, 관광업계 등 각계에서는 이번 경영 위기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사죄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하고 계신다”면서 “제주관광공사에 대한 기대감과 믿음이 매우 크셨기 때문에 우리공사에 대한 제주도민사회의 질책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촘촘하게 밑거름 삼아 도민의 사랑을 받는 도민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다시금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약속했다.

현 사장대행은 특히 “제주관광공사는 제주도민의 공기업이다. 도민의 신뢰와 믿음이 없다면 우리공사의 존재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현 사장대행은 “저희는 제주관광공사에 대한 도민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며 “지금의 경영위기를 냉정히 돌아보고, 새롭게 공사를 만든다는 뼈를 깎는 각오로 경영혁신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정면세점 경쟁력 강화, 제주항 출국장 면세점 투자비의 안정적 회수, 제주시 노형오거리 토지 자산 활용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최우선 현안에 대해 슬기롭게 대처하도록 하겠다”면서 “경영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영 진단을 추진함으로써 새로운 비전과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 사장대행은 아울러 “코로나19 사태로 제주관광 산업도 엄중한 상황"이라며 "제5대 사장 내정자가 임명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임명이 결정되면 새로운 조직문화와 열정을 바탕으로 도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거듭 사과했다.

■ 새 사장 취임…전임 경영진 부실경영과 선긋기 시각도

일각에선 이날 기자회견이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새 사장 취임에 맞춰 전임 경영진와의 선긋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경영위기로 크게 악화된 여론을 털어냄으로써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지난 15일 제주관광공사를 상대로 진행된 제388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의원들은 공사에 대해 제주도의 재정적 지원 없이는 회생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호되게 질타했다.

지난 2008년 출범한 공사는 그동안 제주도로부터 무려 1598억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출범 초기 연간 34억원이었던 지원금은 올해 204억원으로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시내면세점 사업 철수와 함께, 중국 크루즈 관광객을 겨냥해 2017년 조성했다가 문도 열어보지 못한 채 3년 째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 제주항 항만면세점, 제주시 노형동 407.6㎡ 부지를 활용한 수익사업도 2012년 첫 발을 뗀 이후 8년 넘게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한 마디 사과도 없었으며, 그렇다고 지금 구체적인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의원들은 꼬집었다.

제주관광공사는 이 과정을 거치면서 2018년 40억8900만원, 2019년 146억9800만원, 올해 8월까지 5억1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2018년 108.13%, 2019년 193.29%, 올해 8월 228.68%를 보이고 있다.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사업부별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말도 지방선거에 따른 보은인사 논란 속에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

여론의 계속된 비판에 직원들이 사기도 크게 꺾였다.
최근 3년간 퇴사직원 27명 중 21명이 2년 이상 근무한 경력직원이다. 더욱이 현재 제주관광공사 사장과 임원 평균 임금은 경기관광공사에 이어 전국 7개 관광공사 중 2번째로 높은 반면, 신입사원 평균임금은 전국 관광공사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확보 현황도 정원 176명에 현원이 146명으로 결원율이 17%에 달하고 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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