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공연은 새로운 장르" 뮤지컬의 실험은 계속된다
2020.11.02 17:13
수정 : 2020.11.02 17:37기사원문
■'모차르트'로 확신 "단체 관람 시장 발견"
'킬러파티'를 기획·제작한 EMK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자 EMK뮤지컬컴퍼니의 부대표인 김지원 대표는 "'킬러파티 시즌2'를 벌써 기획 중"이라며 "공연의 영상화 사업도 계속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이브처럼 'EMK 라이브'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공연계는 그동안 공연의 영상화 사업에 부정적이었다. 공연을 영상으로 촬영하면 무대공연 관객이 줄어들고, 추가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봤다. 카메라가 낯선 배우들도 거부감을 보였다.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6년 토니상을 휩쓴 '해밀턴'의 2016년 영상물이 지난 5월 OTT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에 팔린 사례가 있지만 이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EMK는 코로나19 확산 전에도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마타하리' 등의 무대공연을 영상화했으나 이는 내부 소장용 목적이 컸다. 그러다 2015년 일본을 중심으로 EMK 뮤지컬에 팬덤이 생기면서 현지 상영회를 진행했고 기대 이상의 반응에 고무됐다.
김 대표는 "영상화 사업에 보수적인 브로드웨이와 달리 일본은 가부키 영상화 산업이 발달돼 있다"며 "영국 국립극장의 NT라이브 등 해외 성공 사례도 주목했다"고 했다. 지난 연말엔 EMK의 '웃는 남자'가 문화격차 해소를 위한 예술의전당 '싹온 스크린' 사업의 일환으로 영상화돼 국내 창작뮤지컬 최초로 극장서 개봉했다. 김 대표는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모차르트' 일본 중계 상영 및 네이버 V라이브 유료 온라인 서비스를 한 후 영상화 사업에 확신을 갖게 됐다. 이 공연은 이틀간 2회 스트리밍 해 약 1만5000명의 관객을 모았다. 김 대표는 "공연 영상물이 일시적 무대공연의 대체재가 아니라 하나의 장르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며 "특히 단체 관람 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반색했다. "1만5000명 중 5분의 1인 3000장이 단체 판매였다. V라이브에 단체 구매 문의가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아 입장권을) 10분의 1밖에 팔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팬데믹으로 탄생한 웹뮤지컬
웹뮤지컬도 뮤지컬 시장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주목된다. 샌드박스네트워크가 새롭게 선보일 케이블TV '샌드박스플러스'에서 20일 첫 공개될 '킬러파티'는 90분 분량의 웹뮤지컬(10분씩 총 9회)로 양수리 한 저택에서 발생한 미스터리 사건을 다룬 B급 코미디물이다. 요즘 TV 활동이 부쩍 늘어난 함연지를 비롯해 양준모, 신영숙, 알리, 김종구, 리사, 에녹 등이 출연한다. 김 대표는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가 지난 5월 셧다운된 브로드웨이의 암울한 상황을 이야기하다 웹뮤지컬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의 산물인 웹뮤지컬의 탄생비화를 설명했다.
그는 "살인사건 발생 후 파티 참석자들이 각자의 방에서 취조를 받게 되는 설정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게 배우들 모두가 실제로 각자의 집에서 (영상을) 찍었다"며 "실험적인 시도라 창작진이 노개런티로 출연하고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제작비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평소 유튜브를 운영해 왔거나 기획 의도를 듣고 적극성을 보인 배우들 위주로 캐스팅했다. 배우 참여도가 높은 작품으로, 각자의 숨은 매력이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웹뮤지컬에 대해 "대극장 뮤지컬과 또 다른 미덕이 있다"고 비교했다. "EMK 뮤지컬은 대극장에 특화된 서사적이고 비극적인 작품이 많은데, 웹뮤지컬은 다양한 장르물을 시도하는 새로운 창구가 될 것"이라고 봤다.
EMK는 연말에 '모차르트'를 다시 한번 온라인으로 선보이고, '엑스칼리버'를 새롭게 서비스할 예정이다. 14일 개막하는 '몬테크리스토'도 향후 영상화활 계획이다. 2017년 이 작품의 세계 배급권을 획득한 김 대표는 "'몬테크리스토'는 중국에서 문의가 많이 들어온 작품으로 뮤지컬 초심자가 보기에 좋은 콘텐츠"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전 세계로 팬층이 확대된 K팝 대형 기획사들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준비해온 온라인 콘서트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을 망라한 온라인 콘서트가 새로운 수익 창구로 떠오른 것. 팬덤이 있는 오리지널 창작뮤지컬을 다수 확보한 EMK도 한류의 확산세 속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 김 대표는 "영상화하기 좋은 IP(지적재산권)가 많다"며 "단발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극장 상영에 적합한 기술적 완성도를 갖춰 극장을 비롯해 VOD나 OTT플랫폼에 서비스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