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美 대선, 투표 끝나도 거리와 법원서 충돌 계속
2020.11.03 13:23
수정 : 2020.11.03 13: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20년 미국 대선 투표가 코로나19에 따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극한의 정치 갈등 속에서 마침내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는 75일간의 대선 운동을 마치고 투표 결과를 기다렸으나 이번 대선에 따른 혼란은 투표 종료 이후에도 거리와 법원에서 계속될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마지막 유세를 마친 바이든은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자택으로 돌아가 개표 방송을 지켜보기로 했다.
■10명 중 7명은 투표일 혼란에 '공포'
CNN은 미 정부가 3일 백악관 주변에 맨몸으로 넘을 수 없는 대형 울타리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백악관 주변에서는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직후에도 흑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자들이 몰려들어 경찰과 대치했다.
이번 선거는 좌우 갈등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치달은 만큼 양측 지지자들이 백악관으로 집결할 가능성이 크다. 백악관 인근 상점가 주인들은 지난달 말부터 합판으로 가게 전면을 가렸으며 10번가 시티센터 등 주요 명품 거리뿐만 아니라 대중음식점도 가림막을 설치해 시 전체가 공사장처럼 변했다. 미 최대 백화점인 뉴욕 맨해튼의 메이시스 백화점도 합판으로 뒤덮였고 로스앤젤레스카운티의 베버리힐스 경찰은 유명 상점가인 로데오 드라이브를 4일까지 봉쇄하기로 했다. 콜로라도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폭동에 대비한 사설 대피소가 등장했다.
AP통신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지지자의 72%, 트럼프 지지자의 61%가 대선 결과에 불안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3~9월 총기 판매량은 1510만정으로 전년 동기대비 91% 급증했다. 이미 1일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총기를 들고 바이든 지지자들과 대치했고 몸싸움 와중에 호신용 최루액을 분사했다. 전날 캔자스주에서는 트럼프 지지자가 집 앞의 트럼프 지지 팻말을 두고 행인들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총을 쏘기도 했다. 아울러 1일 뉴욕과 뉴저지주 등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차량으로 도로와 터널을 막았다.
주정부들은 폭력사태를 막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일 메사추세츠주는 투표 혼란에 대비해 주방위군 1000명에게 대기 명령을 내렸고 텍사스주도 주요 도시에 주방위군 1000명을 파견했다. 트럼프의 연방정부는 기본적으로 주정부 관할 구역에 연방군을 파견할 수 없지만 1807년 폭동진압법을 발동해 각종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할 경우 연방군 투입이 가능하다.
■우편투표 놓고 법정 싸움 준비
싸움은 법정에서도 벌어질 전망이다. 트럼프는 2일 기자들과 만나 펜실베이니아주의 우편투표와 대법원 판결을 비난했다. 그는 대법원이 "부정행위를 완전히 열어놨다"라고 비난했고 유세장에서도 우편투표 접수가 며칠 동안 지속될 경우 "여러분이 이제껏 보지 못했던 부정행위를 보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1일에도 우편투표 부정행위를 언급하며 "선거가 끝나는 대로 변호사들과 협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 주정부들은 팬데믹 상황에 치르는 선거를 위해 우편을 이용한 사전 투표를 장려했고 주마다 재량껏 우편 투표 마감 기한을 정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 주에서 정한 우편투표 방식을 놓고 서로 불법이라며 44개주에서 300건 이상의 소송을 진행했다.
북부 주요 경합주이자 20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된 펜실베이니아에서도 다툼이 일었다. 미 연방 대법원은 지난달 19일 판결에서 펜실베이니아 주정부가 투표 사흘 뒤인 11월 6일까지 접수된 우편 투표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공화당은 이에 불복해 같은달 23일에 재심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10월 29일 판결에서 재심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며 공화당의 소송을 기각했다. 이어 같은날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우편 투표 연장을 막아달라는 공화당의 가처분 신청도 기각했다.
트럼프가 만약 선거 이후 소송전을 벌인다면 2000년 대선의 재검표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당시 민주당 앨 고어 후보는 공화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대결 중에 플로리다주에서 537표 차이로 패해 선거인단 29석을 빼앗겨 대권을 놓쳤다. 고어는 수작업으로 재검표를 요구했으나 당시 연방 대법원은 5대 4로 재검표가 위헌이라고 선언했다. 트럼프의 경우 지난달 에이미 코니 베렛 연방 대법관 취임으로 대법원 내 정치 지형이 우파 6, 좌파 3으로 기울어진 만큼 대법원을 동원한 법정 싸움에서 유리해졌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