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었다"… 정책마다 '여당 딴지걸기' 사표로 초강수

      2020.11.03 18:24   수정 : 2020.11.03 18:58기사원문
인내를 거듭해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끝내 사의 표명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10억→3억원)을 두고 두달간 갑론을박이 전개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게 홍 부총리가 밝힌 표면적인 사의 표명의 이유다.

그러나 관가에선 코로나19 확산 이후 2월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기준부터 시작해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재정준칙 도입 등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여당에 홍 부총리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다수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살리기와 산적한 경제정책 현안을 앞두고 경제 컨트롤타워가 뿌리째 흔들리는 형국이다.

조세저항 화살받이 된 홍남기


홍 부총리는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에 대한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2개월간 계속 갑론을박이 있는 상황이 전개된 것에 대해서 누군가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어서 제가 책임을 지고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설사 사직을 결심했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것이 공직자의 태도냐"는 같은 당 기동민 의원의 질타에도 홍 부총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기엔 제가 참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말씀드리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사표를 제출한 결정적 사유인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은 현재 10억원이다. 그러나 지난 2018년 2월 시행령 개정에 따라 내년 3월부턴 3억원으로 변경하게 돼 있다. 대주주 기준 변경에 앞서 주식을 팔아 양도세를 덜 내려는 이들이 늘고 이에 따라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주식투자자를 중심으로 해당 시행령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이를 이유로 홍 부총리를 해임하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23만명 이상이 이에 동의했다. 20만명 이상이 한달 내 동의할 경우 청와대는 답변하게 돼있다. 답변 시기는 4일이었다. 이에 홍 부총리가 청와대 부담을 덜기 위해 먼저 사의를 표명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선 여당이 정책 추진에 시종일관 발목을 잡으면서 홍 부총리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지난 4월 긴급재난금 지원 대상을 두고 "모든 가구에 100% 지원해야 한다"는 여당 주장에 홍 부총리는 "소득상위 30%에게 줄 지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반영되지 못했다. 이후에도 59년 만의 4차 추경을 밀어붙이는 여당에 "예비비 사용이 우선"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지만 이 역시 여당 뜻대로 이뤄졌다. 갈등은 재정건전성을 두고 커졌다. 지난달 기재부 국감에서 여당은 정부 재정준칙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고, 김두관 의원은 홍 부총리 해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게다가 다가오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표를 의식한 여당이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뿐 아니라 중소기업 초과유보소득 과세 등 정부가 내놓은 내년 세법안까지 어깃장을 놓자 기재부 내부 사기가 크게 저하된 것도 홍 부총리의 결심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칭찬, 이번에도 통할까?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홍 부총리의 사표를 바로 반려했다. 홍남기 경제팀의 우수한 성적표 때문이다. 실제 9월 전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2.3% 증가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했다.
소비, 투자 역시 3개월 만에 모두 증가하는 '트리플 증가'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경제사령탑인 경제부총리의 정책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미 경제정책이란 배가 산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주주요건은 사임의 핑계라고 보여질만큼 홍남기 부총리가 하려고 한 것 중 제대로 진행된 것이 없었다"며 "나라의 살림을 꾸리는 경제수장의 입장에서 (정치권이) 나가는 건 늘어나고 거둬들이는 건 계속 막고 있으니 경제적으로 의미있는 정책이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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