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도쿄올림픽 때 北김정은 만남, 좋은 생각"

      2020.11.05 17:28   수정 : 2020.11.05 18:02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내년 7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일본을 방문하는 시나리오에 대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도쿄올림픽 때 북핵 대화 테이블을 만들어보겠다는 청와대의 '도쿄 구상'에 대해 긍정적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8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방일시, '도쿄 구상'과 징용 문제, 수출규제를 한 테이블에 놓고 일본 측과 폭넓은 대화가 오갈 것으로 관측된다.



■징용문제-북일대화 중개 주목
스가 총리는 5일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내년)도쿄올림픽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일본을 방문하면 회담할 것이냐"는 입헌민주당 하쿠신쿤 의원(한국계)의 질문에 "가정의 질문에 답하는 것은 삼가겠다"면서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반응했다.

스가 총리는 또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중국, 일본, 북한, 미국, 러시아 등 기존 북핵 6자 회담국 정상이 모여 회담을 하는 구상에 대해서도 "그렇게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일 기회는 좀처럼 없으리라 생각한다"며 "외교상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다만, "가정이지만, 그런 기회는 좀처럼 없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스가 총리는 이 자리에서도 한국이 매우 중요한 이웃 국가이지만 징용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며, 한국이 해결책을 내놓아야 양국 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또 한국이 연내 개최를 목표로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에 대해서는 "현시점에서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징용 문제에 "(한국)대법원 판결과 관련 사법 절차는 명확한 국제법 위반이라 생각한다. 한국이 그것을 해소하는 노력을 해주면 좋겠다"면서 일본 측이 납득할 방안이 나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모테기 외무상의 이런 발언이 끝난 뒤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은 바뀌지 않았으나, 최근 도쿄에서는 전임 아베 정권에 비해 스가 정권에서 미세한 기류 변화가 느껴진다는 얘기들이 자주 들린다. 각각의 외교 접촉면에서 일본 측이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는 최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 징용 문제와 관련 "스가 총리 취임 후 기류 변화가 있느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질의에 일본 정부가 "조금 진전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바이든 정권 출범시, '평창-도쿄-베이징 구상 3부작'은 원점
최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북·미 대화를 진전시켜보자는 제안을 한 것이, 한·일 관계 개선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으로서는 올림픽이라는 잔치 무대를 제공함과 동시에 북·일 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다. 더구나 김정일 위원장 내지는 그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방일한다면, 올림픽 흥행 카드로서도 호재다.

이미 평창동계올림픽(2018년 2월)을 계기로 김정은 정권의 국제사회 데뷔, 이어 북·미 대화를 중개했던 한국 정부로서는 내년 도쿄올림픽을 통해 북·미 대화 중개와 더불어 징용문제, 수출규제 돌파구를 찾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도쿄올림픽에 이어 약 6개월 뒤인 2022년 2월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 '도쿄-베이징'올림픽 구상 3부작을 통해 북핵 대화의 연속성을 이어갈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재임 기반이 취약한 스가 총리로서도 북측 최고위급 인사와 만남을 통해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외교성과로 삼을 수 있다. 한·미·북·일 정상의 도쿄 집결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상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물론, 이같은 구상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는 전제 하에 그려진 것으로, 민주당 조 바이든 정권이 출범할 경우에도 유효할 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 대화 판이 원점에서 다시 그려질 공산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대 제공, 대미 외교 공조라는 부분에서 일본의 협조도 일정 수준 필요해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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