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청약’의 역설… “집값·전셋값 한꺼번에 밀어올릴 것”
2020.11.05 17:23
수정 : 2020.11.05 18:47기사원문
분상제·전세가 상승이 기름 부어
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경기도 하남시 감일 푸르지오 마크베르 일반공급 1순위 청약 결과 284가구를 모집하는 데 11만4955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405대 1, 가장 높은 경쟁률은 전용면적 114㎡의 1514대 1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청약을 진행한 과천 지식정보타운 세 개 단지도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359대 1이지만,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S1블록(과천 푸르지오 오르투스) 전용면적 84㎡ A타입은 1169.3대 1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청약 광풍의 가장 큰 요인으로 분양가상한제와 전셋값 상승을 꼽았다. 분상제 적용으로 주변시세의 50~60% 가량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어 5억~10억원까지 시세 차익을 볼 수 있어서다. 전셋값이 무섭게 치솟으며 차라리 집을 사자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요인으로 분석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상제를 적용하며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매물인데다 전셋값이 치솟으며 비슷한 가격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청약으로 수요가 몰렸다"며 "로또청약이라는 게 결국 전 국민을 투기판에 뛰어들게 만드는 것인데, 이 상태로 계속 가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로또청약 광풍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단기간 내에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전세가 불안하니까 무주택자들이 집을 사기 위해 청약에 몰려들며 내년에도 분양시장은 활기를 띨 것"이라며 "과천 지정타에 남은 물량과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으로 몰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집중 공급 확대만이 해법
청약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클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집값과 전셋값 상승세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면 가점이 낮은 사람은 빨리 포기하게 돼 주변 구축 아파트라도 매입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인식이 강해진다"며 "이런 인식들이 주변 집값을 자극해 시장 전반에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청약을 위해 전월세를 사는 사람이 늘면 전월세 물량부족이 계속되고, 3기 신도시 인근과 같은 특정 지역에 전세 수요가 몰리며 전셋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해법으로는 채권 입찰제가 부상하고 있다. 과거 판교 등에서 중대형 아파트의 시세차익 일부를 환수하는 채권 입찰제를 통해 집값 안정화를 이룬 적이 있어서다. 다만 채권 입찰제가 분양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결국, 전문가들은 청약 광풍의 근본 해법은 공급확대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전문가는 "지금 수도권 청약 시장은 청약인구 포화 속에 매물품귀와 똘똘한 한채 심리가 강하게 작동해 과열 양상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시장에 메리트가 있는 주택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