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엔 "200명은 죽여야"…'인제 등산객 살해' 20대 무기징역(종합)
2020.11.06 14:20
수정 : 2020.11.06 15:05기사원문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일면식도 없는 50대 등산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진원두 부장판사)는 6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23)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초등학생 때부터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지속해 20살 무렵에는 살해 대상을 찾는 등 범행계획을 구체화했다”며 “재범 위험성이 높아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재판에서는 A씨가 일기장에 쓴 내용도 공개됐다.
재판부는 ‘난 언제나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 ‘닥치는 대로 죽여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100~200명은 죽여야 한다’ 등 A씨의 일기장 내용을 언급하며 그의 극단적인 인명 경시태도와 확고하고 지속적인 살해욕구 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49회 가량 흉기로 찔러 잔인하게 살해한 이 사건 범행은 이른바 ‘묻지마 살인 범행’으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과 공포의 깊이는 감히 짐작조차 하기 어렵고, 피고인으로 인해 피해자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생명을 빼앗기고 갑작스럽고 참혹하게 삶을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며 “어린시절 가정환경이 다소 불우했더라도 피고인의 일기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유족들의 엄벌 탄원 등을 모두 고려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의 여동생(48)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사형을 바랐으나 막상 무기징역이 선고되니 착잡하고 마음이 무겁다”면서 “우리나라는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니 재판부의 판결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지난 7월11일 인제군 북면의 한 등산로 입구에서 B씨(50대 여성·수도권 거주)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일행 2명과 함께 이곳을 찾은 B씨는 산에 올라가지 않고 등산로 입구에 세워둔 승용차에 남았고, 이날 오후 2시30분쯤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 지문감식과 차량 블랙박스 등을 통해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A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 같은날 오후 11시쯤 자택에 있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이후 경찰은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까지 투입했으나 뚜렷한 범행동기는 밝혀지지 않았고, 정신감정 결과는 정상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