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던 날' 김혜수 "나도, 내가 죽던 날이 있었죠"

      2020.11.09 14:48   수정 : 2020.11.09 14:48기사원문

“내가 죽던 날? 시나리오 제목에 마음이 훅 갔어요.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채 당시 속으로 생각했죠. ‘나도 내가 죽던 날이 있었지.’”

어느덧 50대가 된 34년차 배우 김혜수는 늘 당당한 모습으로 톱스타의 자리를 유지해왔다. 특히 40대가 눈부셨다. ‘직장의 신’(2013) 이후 ‘시그널’(2016) ‘하이에나’(2020)로 이어진 성공적인 드라마 필모그래피와 함께 영화 ‘도둑들’(2012) ‘관상’(2013) ‘차이나타운’(2014) ‘국가부도의 날’(2018)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박지완 감독의 데뷔작인 ‘내가 죽던 날’은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가 제목에서 이미 마음을 뺏긴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읽곤 홀딱 반해 감독과의 첫 미팅부터 분위기가 좋았으며, 중규모의 영화에 맞춰 출연료도 흔쾌히 조정했다는 게 제작자의 전언이다.

김혜수는 12일 개봉을 앞두고 만나 “본인이 원치 않아도 누구나 상처나 고통, 좌절을 겪으며 살아간다”며 “(힘든 개인사로 휴직 끝에 복귀를 앞두고 섬마을 여고생 실종사건을 맡게 된 형사) 현수의 마음이 꼭 내 마음 같았고, 글을 읽으면서 큰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본인이 죽었다’고 느꼈던 날을 구체적으로 묻자 그는 지난해 불거졌던 ‘모친 빚투’ 사건을 언급했다. “실종 여고생이 극중 ‘왜 나는 아무것도 몰랐을까요, 모르는 것도 잘못인가 봐요, 그래서 벌 받는가 봐요’라는데, 내 마음도 그랬다”고 부연했다.
“극을 풀어가며 제가 경험했던 감정, 상황을 감독님께 제안했어요. 현수가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악몽을 꾸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 제가 1년 정도 꿨던 꿈입니다.”

‘내가 죽던 날’은 실종사건을 추적하는 수사극의 형식을 띄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각자의 이유로 인생의 벼랑 끝에 섰던 실종 여고생 세진(노정의), 농약을 마시고 말을 잃은 순천댁(이정은) 그리고 현수까지 세 사람의 공감과 연대를 그린 심리극에 가깝다.


“세진의 ‘이제 내 곁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는 말에 순천댁의 ‘네가 남았다, 네가 널 구해야지’라는 대사가 우리 영화의 주제 같아요.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어떤 날이 펼쳐질지는 모르는 거죠. 이번 영화로 내가 예상치 못한 위안을 얻고 좋은 배우이자 친구들을 만난 것처럼.” 영화의 제목이 왜 ‘내가 죽을 날’이나 ‘죽은 날’이 아니라 내가 ‘죽던 날’일까. 그 이유는 12일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