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조작' 엠넷PD "시청률 낮아서..참여자께 죄송"

[파이낸셜뉴스] 오디션 프로그램 시청자 투표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CJ ENM 케이블채널 엠넷의 '아이돌학교' CP(책임 프로듀서)가 "프로그램 시청률이 너무 낮아, 어떻게든 만회를 하기 위해 그랬다"며 혐의를 대체로 시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김성훈 부장판사는 9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CP, 김모 제작국장 겸 본부장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김 CP 측 변호인은 "시청자들의 평가기준과 다른 방식으로 순위를 매겨, 유료문자에 참여한 시청자들에게 변명에 여지가 없다"며 "공소사실에 대해 일부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부분을 제외하고 대체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법리적으로 업무방해, 사기는 무죄"라며 "시청률이 너무 낮아, 어떻게든 만회를 해보기 위해 회사를 위해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제작국장 측 변호인도 "프로그램 내에서 관리자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지만, 생방송 출연자들의 순위에 대해 김CP와 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당시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16개였으며, 1년간 63개에 달해 모든 부분에 대해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작국장의 역할은 인원 및 자금관리 등 방송제작의 외적부분이며, 메인피디가 촬영 구성 및 크리에이티브의 결정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며 "김 제작국장의 행위는 사기범이 아닌 사기방조범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14일 오후 3시30분 재판을 재개하고, 증인신문 여부 등에 대해 결정하기로 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17년 7월부터 9월까지 방송된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아이돌학교'의 투표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아이돌학교는 걸그룹 연습생들을 교육하고 훈련해 투표순위에 따라 데뷔까지 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담은 육성 프로그램이다. 걸그룹 '프로미스나인'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돼 활동하고 있다.

앞서 아이돌학교 투표조작 의혹 진상규명위원회'는 2017년 방송됐던 아이돌학교에 투표조작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며 지난해 10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후 '아이돌학교' 수사와 관련해 CJ ENM 서울 상암 사옥을 대상으로 2번의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 7월 검찰은 이들을 업무방해,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e-mail]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