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생활 속 스며든 '입주민 갑질'
2020.11.10 11:06
수정 : 2020.11.10 11:0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내가 하소연 할 데가 없어서 그래요." 서울서 아파트 경비원(관리원)으로 근무중인 A씨는 경비원에 대한 갑질이 사회적 이슈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생활 속 주민들의 폭언은 그치질 않고 있다고 했다. 최근 아파트 내 보수 공사가 시작되면서 주민들의 불편이 늘자 이에 대한 불만을 오롯이 경비원에게 풀고 있어서다. A씨는 "엘리베이터 교체 후 시범운영 기간이 있어 잠시 멈추는 동안에도 이를 참지 못하고 온갖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는데 너무 힘겹다"고 토로했다.
공동주택 경비원들에 대한 크고 작은 갑질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강북구 소재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괴롭힘과 폭언, 폭행 등 갑질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고(故) 최희석씨의 사건 이후에도 경비노동자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최근 인천에서는 50대 관리사무소장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휘두른 흉기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공분을 사고 있다.
■ 하루에 1.8명 입주민 폭언·폭행 시달려
10일 대학주택관리사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5년여간 공공임대주택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입주민이 가한 폭언 또는 폭행은 총 2923건에 달했다. 수치상 매일 1.8명의 직원이 매일 폭언과 폭행을 당한 것이다. 같은 기간 경비원이 입주민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한 건수도 73건으로 집계됐지만, 드러나지 않은 사건들까지 더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민이 경비원을 비롯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들에 폭력을 행사해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지난 5월 고(故) 최희석씨 사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11월 강남구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횡포로 경비원이 분신해 숨진 사건을 비롯해 2016년 5월 서울 서초구 아파트 입주민이 관리사무소장에 '종놈'이라며 막말을 한 사건, 2018년 경기도 오산시 아파트 입주민이 인터폰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비원을 폭행한 사건, 지난 4월 부산 모 아파트 입주민이 야구방망이로 관리사무소장과 직원들을 위협한 사건 등이 있다.
■ 정부 대책 내놨지만..체감은 '글쎄'
잇따른 경비원에 대한 갑질 문제로 정부는 지난 7월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경비원 갑질에 관한 대응과 신고 체계를 일원화하고, 입주민의 인식 개선과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정부는 경비원 등 근로자에 대한 폭언 등 금지 조항을 아파트 관리규약에 포함시켜 경비원에 대한 부당행위 발생 시 보호조치와 신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달라진 점을 느끼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관련 문제로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마다 "이제는 좀 나아질까"하지만, 체감하는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경비원 B씨는 "사람마다 인식의 차이는 있겠지만, 하인 부리듯 말하는 입주민들은 여전하다"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대책이 나온다고 해도 다른 나라 이야기"라고 했다.
이에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0월 28일 인천 서구 한 아파트에서 여성 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발생한 입주민의 흉기살해 사건과 관련해 공동주택 내 동일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관련 제도와 법률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할 방침이다. 비대위는 이날 국회 앞에서 합동 기자회견과 삭발식을 진행한 이후 국회 차원의 대책과 관련 입법안 발의 등을 요청한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