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 희생이 가치 있도록" 세계가 부산 향해 머리 숙였다
2020.11.11 18:38
수정 : 2020.11.11 18:38기사원문
필립 터너 주한뉴질랜드대사는 6·25전쟁 참전국을 대표하는 인사말에서 마오리어, 한국어, 영어 등 3개 언어로 이같이 말했다.
11일 유엔 참전용사 추모의 날을 맞아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식'이 거행됐다.
이날 행사는 올해 6·25 전쟁 70주년이자 법정기념일로 격상된 첫해를 맞아 더 의미가 컸다.
오전 11시 정각,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가 있는 부산을 향해 전 세계인들이 유엔참전용사를 추모하기 위해 1분간 묵념했다,
부산 전역에서 추모 사이렌이 울리자 공군 블랙이글스가 창공을 가르며 연기로 하늘에 '11.11.11'을 써냈다.
각 군과 참석자들이 유엔 전몰장병들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기 위해 묵념하는 동안 장내는 숙연해졌고 21발 조포의 포성이 울렸다.
이날 게양식에는 묘지 조성 이래 처음으로 독일 국기가 게양되기도 했다. 독일은 1954년 80여명 규모의 의료지원단을 부산으로 파견한 바 있다. 하지만 독일의 의료지원활동이 정전 이후에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그동안 의료지원국에 포함되지 않다가 지난 2018년 정부가 의료지원국으로 포함시키면서 이번 행사에 포함됐다.
추모식은 유엔군 전사자와 실종자 4만896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명비 앞에서 전 세계 참전국 후손들과 화상으로 연결됐다. 본격적인 개식은 미군 참전용사 후손인 조나단 프로우트가 사회를 맡았다.
기념공연에선 미군 참전용사 리처드 캐드월러더 중위가 전쟁 당시 구해준 김연순씨를 60년 만에 다시 만난 사연이 소개됐다. 노장이 된 캐드월러더 중위가 김 씨에게 손목시계를 건네는 장면은 감동을 자아냈다.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킨 유엔군의 숭고한 정신과 굳건한 동맹을 강조했다.
정 총리는 "오늘 우리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산화한 영령들 앞에 서있다. 영령들의 자유를 향한 위대한 정신이 오늘 대한민국의 정신에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참전국과의 동맹을 더욱 굳건히 지키겠다.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이 더욱 가치있는 유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또 인류에 더 나은 회복과 세계 평화를 위해 국제협력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는 특별한 손님도 참석했다. 바로 미군 참전용사 제임스 엘리엇 중위의 아들 엘리엇(72)과 딸 레이번 조르자씨(71)다. 김정수(대장) 육군 제2작전사령관은 이들에게 낙동강 승전 코인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번 '턴 투워드 부산'은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법' 제정 이후 개최된 첫 행사로 6·25전쟁 참전용사, 참전국 대표와 주한외교사절, 참전국장병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