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몸에 불지르고, 출입문 막은 택시기사…2심서 징역 '21→25년' 왜
2020.11.12 06:02
수정 : 2020.11.12 14:21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직장동료의 몸에 불을 지른 후 빠져나오지 못하게 출입문을 막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택시기사가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구회근 이준영 최성보)는 살인미수, 현조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61)에게 원심인 징역 21년을 파기하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3월29일 오전 1시쯤 서울 마포구의 B 택시 조합원 사무실에서 미리 준비한 시너를 동료 택시기사 C씨에게 뿌린 후, 불을 붙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조사 과정에서 A씨는 "지난 1월 C씨가 고소대리인으로 진술한 것을 알고 앙심을 품게 됐다"며 "밤에 B 조합원 사무실에 찾아가 불을 지르고, 아무나 죽이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 A씨는 B 택시조합의 조합원으로부터 업무방해, 업무상횡령 등으로 수차례 고소 당해 수사와 재판을 받았고, 승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B 택시조합의 처분에 불복한 A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소를 하고, 조합이사들에게 수차례 항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에서 배심원 9명이 모두 A씨의 살인미수, 현존건조물 방화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배심원들은 징역 18년~징역25년을 선고해달라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시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며 "뒤늦게나마 수사기관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A씨는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뿐 아니라, 조합의 이사들 중 누구라도 살해해도 상관없다는 마음을 가지고 사무실에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점을 비춰보면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C씨는 사망에 이르는 과정까지 극심한 공포감과 끔찍한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A씨 측과 검찰은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원심에서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C씨의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며 "A씨는 범행 직후 몸에 불이 붙은 C씨가 사무실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수 초간 문을 몸으로 막고 있다가 불길이 문 밖으로 새어나오자 사무실 문에서 몸을 떼어 달려나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는 C씨가 사무실 밖으로 나온 이후에도 아무런 구호조치 없이 그대로 범행 현장에서 이탈한 후 이틀 간 잠적했다"며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가볍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