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내 자녀가 킥보드 타고 버스, 택시와 섞여 달린다면?
2020.11.16 06:00
수정 : 2020.11.16 08:10기사원문
오는 12월부터는 이게 합법적인 운행으로 장려된다. 서울시가 도로 맨 오른쪽 차로를 자전거·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의 ‘지정차로’로 정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운전면허가 없어도 누구나 13세 이상이면 전동킥보드 운전을 허용하는 12월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과 맞물리면서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서울시는 ‘보행안전개선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전동킥보드 등으로 인한 보행자 불편을 줄이고, 안전을 지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개인이동수단과 자동차가 공존하는 교통 문화를 만들겠다는 서울시 바람과 달리 교통 혼잡도와 사고 발생 위험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곧 중1도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 모는데...버스, 택시와 같이 달린다?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지정차로제’다. 법령을 개정해 서울 시내 일부 3차선 이상 도로 가장 오른쪽 차로를 자전거·전동킥보드 등의 지정차로로 내주겠다는 정책이다.
이는 자전거도로가 전체 연장도로 8282km의 8% 수준에 불과한 실정에 따른 것이다. 여태 인도를 활보해 사고와 불편을 유발했던 자전거 및 전동킥보드를 도로로 내려 보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몇 군데 지정할지는 서울시와 경찰이 협의하고 있다.
문제는 이 지정차로에 버스·택시·일반차량·건설기계 등도 진입한다는 점이다. 결국 뒤섞여 도로를 달리게 된다. 20km/h 속도 제한이 적용되지만 사고 위험도가 급증할 우려가 큰 셈이다. 특히 전동킥보드는 바퀴가 작고 무게중심이 높아 급제동 등에 취약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공유PM의 증가 추세를 보면, 이 우려가 현실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2018년 150대 정도였던 서울 내 대수는 올해 3만5850여대로 200배 넘게 뛰었다. 2022년에는 20만대(개인 소유 킥보드 포함)까지 불어난다는 예측도 있다.
무엇보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12월 시행되면 전동킥보드 운행 제한 연령이 기존 16세에서 13세로 하향조정 되는 데 대한 걱정 섞인 목소리가 높다. 초등학교를 막 졸업한 학생들이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몰고 버스, 택시와 같이 도로를 달리게 되는 탓이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걱정이 많이 된다. 담당 부서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본인이 타겠다고 하면 뾰족한 수가 없다”며 “현 시점에선 학교별 안전운전 교육과 홍보가 최선인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지정도로가 자전거, 전동킥보드의 인도 통행을 방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행법상 개인형 이동장치는 인도를 다닐 수 없다. 하지만 교통경찰이 일일이 단속할 수 없고, 적발돼도 범칙금이 적은 탓에 이용자들은 여전히 보행자 사이를 활보한다. 지정차로로의 ‘유도’만으로 정책 실효성이 담보될지 알 수 없는 이유다.
이에 서울시 측은 “종합계획의 핵심은 자전거·PM의 도로 이용 여력을 확대함으로써 인도는 보행자 전용이라는 안전 수칙을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차 제한구역 ‘사각지대’ 존재..아파트 단지, 골목, 역 내부
이번 계획에 주차 허용 및 제한 구역을 각각 12개, 14개 지정하는 안도 담겼다. 하지만 역시 허점이 보인다. 제3의 구역 전동킥보드 방치를 단속할 방안은 나와 있지 않다.
현재 가이드라인에는 횡단보도·보도·산책로·지하철역 통행을 방해하는 구역만 제한하고 있다. 즉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 골목, 지하철 역 안 등에 버려두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경찰과 협의 중에 있어, 모든 사항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공유PM 업체들과 MOU(양해각서)를 맺은 상태다. 제한구역 확대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한 대안으로 현재 ‘개인형 이동수단의 관리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일명 ‘PM기본법’)‘이 지난 9월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대여사업 신고제→ 등록제 전환 △피해 배상 보험 가입 의무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와 별도로 국토부도 정부 발의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법안과 관련 경찰청 측은 “전동킥보드 관리가 수월해지고, 피해자 보호 여력도 커질 것”이라고 답했지만, 시민들 불안을 불식시킬 이렇다 할 근본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