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데이트 뮤지컬? 죽은 멜로 세포 살려줄 '고스트'
2020.11.13 15:50
수정 : 2020.11.13 15:5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먹고 살기도 바쁜데 ‘사랑 따윈 필요 없다’고? 뮤지컬 ‘고스트’를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1990년 개봉해 큰 사랑을 받은 영화 ‘사랑과 영혼’을 첨단 뮤지컬 공연 기술로 구현해 ‘매지컬’(매직과 뮤지컬의 합성어)로 통하는 ‘고스트’는 소문대로 명불허전이다. ‘불멸의 사랑에 관한 화려한 전시회’ ‘연극무대와 최첨단 기술의 놀라운 결혼’ ‘회전목마를 타는 듯한 설렘’ 등 2011년 웨스트엔드를 거쳐 이듬해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이 작품에 대한 외신의 호평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 히트 영화 뮤지컬로, 멜로 감성 자극했다 배꼽 잡게 웃겨
감동적인 로맨스 영화로 아련히 기억되는 이 작품은 원작자인 브루스 조엘 루빈이 대본을 직접 썼고 ‘마틸다’로 올리비에상을 수상한 매튜 와처스가 연출을 맡았다. 영화 ‘나를 책임져, 알피’로 제62회 골든글로브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스튜어트와 유명 프로듀서 겸 작곡가 글렌 발라드가 음악을 담당했다. 또한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술 효과를 만들어내 ‘일루셔니스트’라 불리는 폴 키이브가 특수효과를 맡아 볼거리를 더했다.
국내에서는 뮤지컬 명가, 신시컴퍼니가 2013년 이후 7년 만에 재연, 내년 3월 14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재연까지 무려 7년이나 걸린 이유는 “무대 준비 기간만 2개월, 최신 극장 시스템 없이는 설치 불가능한 무대장치 그리고 100억원이 훌쩍 넘는 제작비로 5개월 이상은 공연해야 수지타산이 맞는 작품의 특성 때문”이라는 것이 제작사측의 설명이다.
■ 관객의 멜로 세포 자극하는 데이트 뮤지컬
뮤지컬 ‘고스트’는 관객의 멜로 세포를 자극하며 연말 ‘데이트 뮤지컬’로 적격인 면모를 뽐낸다. 막이 오르면 마천루의 야경 영상이 속도감 있게 1980년대 뉴욕의 브룩클린에 자리한 어느 집 거실로 관객을 안내한다. 조각가 몰리(아이비, 박지연)와 금융맨 샘(김우형, 주원, 김진욱)이 새로 꾸민 보금자리다.
서로에게 푹 빠진 둘은 행복한 미래를 꿈꾸지만 괴한의 총에 맞아 샘이 죽고, 둘의 친구였던 칼의 계략에 몰리가 위험에 빠지면서 ‘영혼 샘’의 연인 구출작전이 시작된다. 로맨스와 스릴러를 적절히 배합한 스토리는 막이 내리기 전까지 관객의 긴장과 안타까움을 자극한다.
연신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입체적인 무대 연출과 앙상블들의 신나는 군무, 샘의 조력자가 된 가짜 심령술사 오다 메(최정원, 박준면)의 능청스런 연기까지 펼쳐지며 볼거리와 웃음, 감동의 세 마리 토끼를 잡는다.
■ 영화의 특수효과 뛰어넘는 첨단 뮤지컬 공연 기술로 볼거리 더해
뮤지컬 ‘고스트’는 샘의 영혼이 문을 통과해 사라지는 원작 영화의 장면을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재현하며 관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샘의 영혼이 지하철 유령과 맞붙는 장면은 영상을 활용해 마치 액션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스릴 넘친다. 샘과 몰리의 러브신은 그들을 클로즈업해 촬영한 영상을 별도로 영사해 로맨틱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세트와 소품뿐만 아니라 무대를 둘러싼 LED 패널과 곳곳에 숨겨진 9대의 빔프로젝터를 활용해 그야말로 화려한 영상 쇼를 보여준다.
샘과 몰리의 애절한 사랑은 춤과 노래, 영상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관객의 마음에 와 닿는다. 원작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유명한, 샘의 영혼과 몰리가 춤을 추는 장면도 무대 위에 펼쳐진다. 샘의 영혼이 오다 메의 몸을 빌려 몰리를 안아주는데, 처음엔 오다 메와 몰리가 서로를 안지만 어느 새 샘과 몰리의 포옹신으로 연결된다.
오다 메 역을 맡은 박준면은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몸을 빌려 사랑했던 여자를 다시 만나는 장면”이라며 “이 장면을 연기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고 전했다. 샘 역의 김우형은 “샘이 몰리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데 그 마음속 떨림이 큰 파장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죽음을 초월한 사랑의 힘은 이렇게 객석 곳곳에 전달되며 늦가을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