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대책 한계에… 삶의 터전 떠나는 아동성범죄 피해자
2020.11.15 17:59
수정 : 2020.11.15 18:30기사원문
■조두순 출소 28일 전
15일 기준 조두순의 출소는 28일 남았다.
조두순의 집은 피해자 가족의 현재 거주지와 불과 1km 거리다. 이탓에 피해자 가족은 안산을 떠나 최근 다른 지역의 전셋집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가족은 피해자가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안산에 머물러왔으나, 피해 아동의 심리적 고통과 이웃주민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이사를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다만 피해 아동의 아버지는 조두순이 조금이라도 반성을 했다면 안산으로 돌아오진 않았을 것이란 말을 남겼다.
법무부와 안산시는 조두순 출소를 대비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법무부는 조두순의 출소 직후부터 1대1 전자감독을 실시해 24시간 밀착감시에 나설 계획이다. 또 조두순 주거지 반경 1km 이내를 여성안심구역으로 지정하고, 폐쇄회로(CC)TV 35개를 추가 설치하는 등 지역주민 안전대책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조두순에 대해선 출소 즉시 △피해자 접근금지 △음주금지 △아동시설 출입금지 △외출제한 등 준수사항을 적용키로 했다.
안산시는 최근 유엔평화유지군·특전사 등 군 경력자를 비롯해 태권도·유도 선수 출신자 등 무도단증을 보유한 청원경찰 6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기존 시청사 청원경찰들과 함께 순찰팀을 꾸려 조두순의 주거지 등 범죄 발생 우려지역을 24시간 순찰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에도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조두순의 거주 예정 아파트는 복도식 아파트라고 알려져 주민들의 공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자발찌와 밀착 감시만으로 조두순의 재범을 막을 수 있는지 의문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동성범죄 발생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우려를 증폭시키기도 한다.
지난달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전북 익산을)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년부터 2020년 9월까지 지난 5년간 총 716명이 전자장치부착법을 위반했고, 그중 172명이 경기도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연평균 60명 정도의 성폭력 사범이 전자발찌를 차고도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또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폭력범죄 발생건수는 2016년 1083건, 2017년 1261건, 2018년 1277건, 2019년 1374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하루 평균 3.4건의 성폭력범죄가 발생하고 셈이다. 성폭력 범죄의 재범률은 2016년 4.4%, 2017년 5.3%, 2018년 6.4%, 2019년 6.3%로 증가세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조두순 격리법'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는 청원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9월 윤화섭 경기 안산시장은 이른바 '조두순 격리법'으로 불리는 '보호수용법' 제정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지난 2017년에는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61만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조두순 격리법'은 이중처벌과 인권침해 등에 대한 논란으로 제정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일사부재리(한번 처벌한 범죄는 다시 처벌할 수 없음)에 반하는 보호수용제도는 위헌 우려가 있다"라며 "일각에선 사회보호를 위해 보호감호제를 복구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출소를 해서 제대로 살고 있는 사람을 괴롭히자는 것이 아니라 심리치료가 제공되는 치료목적의 보호수용법을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조두순은 다가구 아파트에 거주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주거지를 제한할 방법도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복도식 아파트에 사는데 경호인력이 감시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라며 "이미 있는 출소자 시설에 지정해서 일정 기간 동안 머물게 하고 피해자가 있는 동네에 바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범죄자에 대한 인권만큼 피해자에 대한 인권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