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항공기 지상유도관제시스템, 독자기술로 국산화 눈앞"
2020.11.15 18:17
수정 : 2020.11.15 18:17기사원문
강서구 과학산단에 위치한 에이티씨시스템(ATC System) 기업부설연구소에는 실제 공항에서 쓰는 항공등화 장비가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마치 활주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제어 시스템에서 명령을 내리자 항공등화 장비가 일제히 빛을 발한다. 착륙한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동할 경로를 유도하는 빛이다.
최병관 에이티씨시스템 대표는 2012년 국내 공항 SMGCS 구축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히 기술개발에 매진하며 첨단 항공기 지상유도관제시스템(A-SMGSC) 국산화를 위해 분주히 뛰어왔다. A-SMGSC는 항공등화 개별제어 및 감시시스템(ILCMS)을 기반으로 운항정보, 기상정보, 지상감시레이더와 연계한 위치정보 등을 활용해 항공기는 물론 공항 내 모든 이동물체의 관제, 경로, 안내, 유도기능을 제공하는 통합 시스템을 말한다.
ILCMS가 하드웨어라면 SMGCS는 소프트웨어다. 나아가 A-SMGCS는 조명등, 유도시스템, 안내시스템 등의 긴밀한 연계를 바탕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융합된 자동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건설되는 전 세계 신공항은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처음부터 A-SMGCS를 고려해 설계하는 추세다.
하지만 관련 기술의 국산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2014년 국토부가 A-SMGCS 국산화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인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한서대, LS산전,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 민관이 대거 뛰어들었으나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관련기술 개발에 뛰어든 기업은 모두 철수했다. 결국 막대한 로열티를 들여 해외 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수입장비인 탓에 노후장비는 유지보수에도 급급한 형편이다.
최 대표는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전 세계 항공관제시스템 시장 규모는 2017년 9539억원 수준에서 연평균 7.8% 성장해 2025년 1조8753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국내에서는 이에 대응하는 제품 하나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라며 "돈도 돈이지만 해외기술에만 의존해서는 호환성 충돌 등의 문제로 가장 중요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산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에이티씨시스템은 독자기술로 개발한 ILCMS를 바탕으로 A-SMGCS 국산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항공등화 장비는 최대 6600V의 고압케이블과 결합해 땅속에 매립하는데 접지상태에서 쇼트가 나면 이 케이블이 손상을 입어 결국 단선이 되기도 한다. 에이티씨시스템이 개발한 ILCMS는 각 항공등화 장비 사이에 시스템을 장착해 구간별 케이블 손상 정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손상 정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자동으로 경보를 울려 유지보수가 손쉬운 점이 특징이다.
최 대표는 드론을 이용한 항공기 지상유도 관제시스템 및 방법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관제사는 랜딩기어가 잘 나왔는지, 양쪽 라이트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동체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문제는 날씨 등으로 시야 확보가 힘든 경우다. 에이티씨시스템은 관제실에 구성된 A-SMGCS와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연동해 항공기 이착륙 시 관제사의 눈 역할을 해주는 기술로 특허를 출원했다. 지상유도관제에 드론을 이용해 통합 관제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사례는 세계 최초다.
공항은 안전상 이유로 녹지대가 필수적인데 여기에 새들이 대거 서식하곤 한다. 에이티씨시스템은 공항 주변을 떠도는 새가 항공기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를 방지하는 데 드론을 활용하는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항공기 이착륙 전후 열화상카메라를 탑재한 드론이 순찰을 돌다가 지상 감시레이더와 연계해 새를 포착하면 쫓아내는 식이다. 이 역시 A-SMGCS와의 긴밀한 연동은 필수적이다.
한국발명진흥회는 에이티씨시스템의 특허기술 가치평가에서 "관련 분야 국내업체의 기술력은 해외업체 대비 열악한 수준이나 대상기술 관련 기술수요 및 정책적 환경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어 에이티씨시스템이 대상기술 상용화에 성공하면 추가적인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사료된다"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A-SMGCS를 비롯해 드론을 이용한 항공기 지상유도 관제시스템 등은 모두 세계적인 사업 아이템이고, 시장도 무궁무진하지만 국내에서는 선행사례가 없는 만큼 작은 회사 입장에서는 도전이 아닐 수 없다"면서 "그래도 지금은 발판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곧 중국을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defrost@fnnews.com 노동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