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보름된 아이폰12 반값 '성지' 성행

      2020.11.16 13:49   수정 : 2020.11.17 09:20기사원문

이동통신 단말장치유통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법 보조금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애플 아이폰12 시리즈가 출시되면서 온라인에선 해당 제품을 반값에 판매하는 이른바 '성지' 매장에 대한 정보가 성행하고 있다.



'암암리'에 주고받는 판매 정보

16일 소비자와 업계 등에 따르면 온라인 카페 및 블로그, 밴드 등 커뮤니티에는 스마트폰 불법 보조금과 관련한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2014년 단말기 시장의 공정성을 확립하기 위해 '단통법'이 도입됐지만 이를 비웃듯 위법 행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30일 아이폰12 시리즈가 국내 출시되면서 이를 단속의 눈을 피해 헐값에 판매하는 매장이 늘고 있다.
온라인에선 해당 매장을 '성지'라 칭하고, 이 매장의 위치를 '좌표'라고 부르고 있다.

'성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스마트폰 구매 시 가격 언급 및 촬영을 금지하고 명함이나 사원증을 통해 직장을 인증하라고 공지했다.

이 카페는 해당 절차가 불법 매장을 신고해 포상금을 받는 '폰파라치'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경우에 따라선 신용카드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고 적은 곳도 있다.

시세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판에는 서울 강남, 종로, 영등포 등 지역과 날짜를 적은 글이 잇따랐다. 이 글에선 스마트폰 기종과 통신사별 가격이 도표로 작성돼 있었다. 출고가가 약 130만원대로 형성돼 있는 아이폰12 128기가의 가격은 63만원이었다.

구매는 게시글 작성자에게 쪽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등으로 진행된다. 이후 작성자는 휴대전화 번호를 요구하고 성지 매장에 대한 '일부' 정보를 문자로 전달한다. 이 정보에는 성지 매장 인근 지하철역만 적혀있을 뿐 구체적인 위치는 언급되지 않는다.

판매자가 발송한 쪽지에는 직장 확인 불가 시 판매 불가하고, (신고를 막기 위해) 전문가용 몰카·녹음 탐지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한 판매자는 "악의적으로 접근하신다면 더러운 꼴 보고 가시게 도와드린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쉽지 않은 절차지만 스마트폰을 싸게 구입하려는 이들은 성지 매장을 찾는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한 성지 매장에 방문했다는 김모씨(31)는 "정보를 얻어 매장에 가보니 판매자가 말을 안 하고 종이에 가격과 정보를 적더라"며 "나도 가격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는 신신당부를 듣고 간 터라 구체적으로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매장에서 아이폰12 프로 128기가를 출시 일주일 만에 60만원대로 구입했다.


"불법매장, 단속 비웃고 있다"


시행 당시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단통법은 '계륵'이 된 지 오래다.

과거부터 업계에선 판매점과 구매날짜에 따라 휴대폰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최신형 기종을 출고가의 5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으로 구입한 이들이 알려지자 정가를 주고 산 사람은 '호갱(호구 고객)'이 됐다며 신조어까지 생겼다.

정부는 단통법을 도입해 판매점의 지원금 지급을 규제했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굳어지고 있다. 단통법 도입 이후 폰파라치에게 지급된 포상금이 100억원에 육박한다는 점은 단통법이 얼마나 외면되어 왔는지를 나타낸다.

이에 따라 국회에선 단통법 폐지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단통법을 폐지하는 대신 단통법의 소비자 보호 조항과 경쟁 활성화 등 순기능은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는 내용 등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말기유통법은 시행 6년 만에 국민에게 파산선고를 당했다"며 "지난 주말에도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불법 보조금을 잡겠다고 직접 돌아다니는 쇼를 하고 있지만, 정작 불법매장들은 여전히 단속을 비웃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차별적으로 지급되는 불법 보조금은 잡지 못했고 단통법 시행 직전 9조원에 육박하던 이동통신 3사의 마케팅비는 7조원 수준으로 감소했다"라며 "결국 정부의 개입이 더 큰 시장 실패를 낳으며, 사업자의 배만 불리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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