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발 '휴대폰비번공개법'...진보진영·법조계 거센 반발

[파이낸셜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법조계 및 진보진영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추 장관은 "디지털시대에 사는데 기업범죄의 경우도 해외에 서버를 두고 패스코드(비밀번호) 등을 관리하고 아무리 압수수색영장이 있어도 범죄를 밝힐 수 없어 디지털 롤(역할)을 연구해야 되지 않느냐"며 연구 단계이고, 법안을 낼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추 장관이 한발 물러섰지만 논란이 가라앉을 지 여부는 미지수다.

■법조계 "반헌법적·반인권적 제도"
대한변호사협회는 16일 성명을 내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법무부 장관이 헌법에 배치되는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를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협회(민변) 역시 13일 "헌법상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법률 제정 검토 지시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낸 바 있다.

법조계뿐 아니라 진보진영의 반발도 크다. 참여연대는 추 장관의 행보를 두고 "반인권적이며 검찰개혁에 역행하는 제도 도입 검토를 즉각 중단하라"며 비판했다. 또 지난 12일 정성호 국회 예결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회의 도중 야당 의원과 격론하는 추 장관에게 "정도껏 하시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취임 직후부터 논란 키워온 '秋 화법'
추 장관의 행보가 논란이 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추 장관은 취임 일주일 만인 1월 9일 대규모 검찰 인사에 대해 '보복성 인사'라는 비판이 일자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말해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법무장관이 '명', '거역' 등 봉건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었다.

추 장관의 시대역행적 발언은 계속됐다. 지난 2월 추 장관은 법무부의 청와대 하명수사 선거 개입 수사 의혹사건 공소장 비공개 결정에 대해 "단순히 알 권리보다 조금 있다가 알아도 될 권리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총장을 향한 수위 높은 비판 발언도 끊이지 않았다. 추 장관은 지난 6월 25일 한명숙 전 총리 사건과 관련, "검찰총장이 제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 "장관 말을 겸허히 들었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해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나흘 뒤인 29일엔 "신천지 압수수색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귀중한 자료를 확보 못해 제때 방역 못한 누를 범했다"며 '코로나19는 윤석열 탓'이란 식의 발언을 내놨다.

이밖에도 추 장관은 지난 7월 아들의 '황제병역' 의혹이 일자 공식 석상에서 "아이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더 이상 건드리지 말라"고 말했다. 윤한흥 국민의힘 의원이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소설을 쓰시네"라고 말해 여론의 빈축을 샀다.

또 수도권 집값 상승과 관련해선 "투기심리가 전염병처럼 사회적으로 번졌다"고 말해 시민 일반을 투기세력으로 몰았다는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추 장관은 연일 '막말'에 가까운 강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논평을 내고 추 장관을 향해 "이쯤 되면 소음"이라며 사실상 장관직 해임을 촉구했다.

[e-mail] 유선준 기자 , 조윤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