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반대에 앞서 불신의 고리 부숴야
2020.11.16 18:00
수정 : 2020.11.16 18:09기사원문
취재를 다니며 마주한 업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일부의 문제인데 모두가 그런 것처럼 알려져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조차 정비 중 블랙박스를 켜놓거나 CCTV로 대기실에서 작업 과정을 볼 수 있게 하는 데는 난색을 표한다. 이유를 물으면 "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답이 돌아온다.
최근엔 현대차 블루핸즈 한 대리점에서 '점검에 앞서 차량 블랙박스를 끄겠다'는 공지를 내붙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고객의 작업장 출입을 막는 규정도 신설했다. 업체들은 더 폐쇄적으로 바뀌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파격적 지원에도 도내 병원급 민간 의료기관 300여곳 중 단 2곳만 수술실 CCTV를 설치했다.
의료계에선 "의사를 믿어라"고 한다. 의사를 신뢰해야 환자에게 고품질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누가 지켜보면 긴장돼 수술을 할 수 없다"거나 "쓸데없는 의료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제는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데 있다. 환자가 낳은 불신이 아니다. 유령수술과 대리수술, 성범죄, 의무기록지 조작 등 허용될 수 없는 의료계 일탈행위가 시발점이다. 환자가 알았다면 할 수 없었을 부정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의사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해도 이미 늦었다. 신뢰는 깨어지고 있다.
신뢰 없는 사회는 불필요한 비용지출을 요구한다. 바꾸지 않아도 될 부품을 교체한 정비업자가 CCTV 없는 수술실에 눕는다. 대리수술을 한 의사는 원산지 속인 음식을 먹는다. 원산지 속인 요리를 내놓은 요리사의 자식은 자기소개서를 대필한 아이에게 밀려 입시에 탈락한다. 부정하게 입학한 아이는 정비소에서 과잉수리를 받는다. 불신의 고리를 부숴야 한다. 수술실에 CCTV를 달자는 90% 넘는 긍정여론은 의료계 신뢰회복을 향한 국민적 기대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