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5억발언'의 아이러니… 매수 몰리며 호가 7억 훌쩍

      2020.11.18 18:16   수정 : 2020.11.18 18:16기사원문
"김현미 장관 '5억원 발언' 이후 5억원에 53평형짜리 사러 왔다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문의 전화도 계속 오는데 현재 그 가격에는 물건이 없다고 해명하느라 난처한 입장입니다."

지난 17일 찾은 경기 일산 서구 덕이동 하이파크시티 일산아이파크 1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김 장관의 '5억원 발언' 이후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김 장관이 살고 있는 이 아파트는 문제의 발언 한마디에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장관 말한 아파트 5억에 사겠다"

이 아파트는 시세와 전혀 동떨어진 가격에 김 장관이 거주하는 같은 평형대 아파트를 사겠다는 매수자가 심심찮게 몰리고 있다.
아이파크1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50평형대 집을 5억원에 알아보러 오는 투자자들에게 전용 84㎡(30평대)는 그 가격에 있다고 설명해도, 장관이 이야기한 평수만 찾는다"고 말했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디딤돌 대출 한도를 지적하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저희 집 정도는 디딤돌 대출(5억원 한도)로 살 수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부동산 정책을 주관하는 주무부처인 국토부 장관의 발언이 오히려 시장에 혼선만 불러온 셈이다.

실제로, 하이파크일산아이파크1단지 전용면적 146㎡의 호가는 최근 7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전용 146㎡는 김 장관이 거주하는 평형(53평)이다. 이달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올라온 가격은 6억4500만원이다. 김 장관의 5억원 발언이 매수세를 자극해 일주일새 수 천만원의 호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게 주민들의 반응이다. 발언 직후 아파트 주민연합회는 김 장관을 규탄했다. 그러나 이후 매수 문의가 늘어 호가가 오르자 김 장관의 발언이 '노이즈마케팅'이 됐다며 반기는 주민들도 있다. 하이파크시티주민연합회 한 관계자는 "김 장관 발언 이후 규탄 성명이 나오자 호갱노노와 같은 부동산 검색 앱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며 "5억원대 전후이던 전용 84㎡ 매물이 호가가 최대 6억원 이상으로 오를 정도로 이슈가 됐다"고 전했다.

■"이제 분양가 회복했는데" 주민 발끈

호가 상승을 떠나 상당수 아파트 주민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장관의 발언에 크게 반발했다. 이 아파트는 초기 분양가보다 떨어졌다가 최근 들어서야 분양가 수준을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산아이파크1단지의 초기 분양가(2011년)는 3.3㎡당 평균 1500만~1700만원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이 살고 있는 평수대라면 7억원 후반 대 가격이다. 하지만 해당 단지는 미분양 잔여세대를 30% 할인분양하는 등 침체를 겪으며 올해 초까지도 분양가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거래도 뜸했다. 지난 2018년 아이파크1단지 전용면적 175.84㎡는 5억7000만원에 거래됐고, 이달 거래된 전용면적 146㎡의 실거래가(6억4500만원)도 여전히 분양가보다는 낮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2010년에 3.3㎡당 분양가가 최대 1700만원에 육박하는 곳은 고양시 내 이곳이 거의 유일했다"며 "그런 나름의 자부심을 가진 주민들에게 '5억원 발언'은 집값 회복에 찬물을 붓는 격이고, 최근 3기 신도시 공급으로 타격을 받은 상황이라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 김준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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