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격탄 맞은 홍대상권

      2020.11.22 18:05   수정 : 2020.11.22 20:51기사원문
"권리금도 못 받는데 가게를 어떻게 내놔요." 22일 서울 홍대 거리에서 만난 노래방 사장 김시경씨(48)는 말끝을 흐렸다. 5년 전에 권리금 1억6000만원을 내고 홍대에서 노래방을 시작했다는 김씨는 "장사가 예전처럼 될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없다"면서도 "가게를 내놓을 수도 없다"고 답답해했다. 보증금에 시설비까지 합하면 5억원을 들였는데 지금 가게를 접으면 감당해야 하는 타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권리금은 커녕 밀린 월세 때문에 보증금도 깎인 채로 나갈 판이다. 억대 권리금이 보장되던 홍대 노래방은 옛말이 됐다.


■고위험업종 밀집한 홍대 '울상'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됐지만 노래방, 찜질방 등 홍대 인근 고위험시설은 아직도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못하고 있다. 여전히 확진자가 세자릿 수를 넘나들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점주들은 무기한으로 영업을 미룬 채 가게를 팔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홍대 상권 중심가는 물론이고 벗어난 노래방들은 다수가 폐업한 상태였지만 매물은 없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노래방, 클럽, 찜질방 등 고위험시설이 밀집한 홍대 상권의 타격은 상대적으로 컸다.

실제로, 최근 방문한 홍대입구역 인근 중개업소들에선 노래방 거래 자체가 안돼 매물조차 없었다. 한 중개업소에 유일하게 나온 매물은 이미 5월부터 폐업한 변두리 노래방이었다. 이 매물은 보증금 8000만원, 월세 240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나왔다. 그러나 A중개업소 대표는 "어차피 안 팔릴 것 알고 그냥 올려둔 가격"이라며 "상식적으로 누가 지금 노래방을 하려고 하겠냐"고 반문했다.

■임대료 코로나 이전보다 올라

더러 월세를 깎아주는 임대인도 있지만 노래방 업주들은 "임대인의 선의나 정부 지원에 기대는 건 사실상 소용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홍대의 또 다른 노래방 업주는 "건물주가 4월부터 20%씩 임대료를 깎아주긴 했지만 부가세를 포함하면 월 임대료가 600만원이 넘는다"면서 "영업중지 기간에는 택배일까지 했지만 그마저도 요즘엔 사람이 너무 몰리니 하루에 5만원도 못 벌어서 결국 3개월간 월세가 밀렸다"고 말했다. 홍대 인근의 또 다른 노래방 업주도 "월세가 700만원인데 대출 2000만원을 받아서 월세를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홍대 상권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상황이 비슷했다.
주로 외국인 손님을 찾았던 이 일대 고기뷔페 음식점들은 코로나19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한 뷔페 음식점 업주는 "손님은 없는데 월세 2000만원씩 꼬박꼬박 나가고 있다"며 "오히려 코로나19 이후 임대료를 올리는 곳들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홍대 상권의 지난해 4·4분기 임대료는 ㎡당 6만7000원에서 올해 2·4분기엔 7만4000원으로 9.6% 상승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 조윤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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