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찾으려 애끓는 심정으로 지낸지 30여년"

      2020.11.23 14:20   수정 : 2020.11.23 14: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속깊은 내 딸 유리야, 엄마 아빠는 널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단다."
지난 1991년 낯선 사람들에 의해 끌려간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 정원식씨(71)는 애끓는 심정으로 30여년을 버텨왔다. 아프고 슬펐던 기억에 이사를 가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혹여 실종된 딸이 "아빠, 저 왔어요"하며 찾아오지 않을까 해 경기도 안산에 머문지도 30년이 흘렀다.



23일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정씨의 딸 유리씨(40·당시 11세)는 1991년 8월 5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성당 인근에서 실종됐다.

당시 시골에서 친할머니와 지내던 첫째 딸 유리씨는 방학을 맞아 아버지 정씨와 어머니가 사는 안산을 방문했다.
정씨는 "시골에서 유리도 올라왔고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사는 것이 바빠 자주 왕래를 하지 못했던 고모님 댁을 방문한 날이었다"며 "그날 유리가 아이들과 집 안팎을 오가며 잘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이들이 '언니를 어떤 아줌마, 아저씨가 끌고 갔다'고 소리치며 집으로 들어왔다"고 그날의 상황을 떠올렸다. 얘기를 듣고 혼비백산이 된 정씨는 그날 밤이 새도록 "유리야 유리야"를 외치며 골목을 뒤졌지만 아이를 찾을 수는 없었다.

이후 생업을 뒤로 하고 딸을 찾기 위해 정씨는 딸을 찾기 위해 집장촌을 비롯해 안 가본 곳이 없다고 했다. 그는 "매년 4만장에서 많게는 5만장의 전단지를 돌렸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전단지를 한 장도 뿌리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최근 유리씨가 실종된 장소는 재개발 공사마저 시작돼 아파트 공사장으로 변해버리면서 정씨의 마음은 또 한번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실종 당시 폐쇄회로(CC)TV도 거의 없던 시절이라 유리씨가 낯선 어른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본 5~6세 아이들의 목격담 외에는 별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우리나라에는 유리뿐만 아니라 장기실종 아동이 너무 많다.
그런데 지금 그 부모들이 한 부씩 세상을 뜨고 있는게 현실"이라며 "자식을 애끓는 심정으로 찾고 있는 우리 부모들은 자식을 한번이라도 만나서 따뜻한 밥 한 그릇하고 싶고 손의 온기를 한번 느껴보고 싶고 그런 심정인데, 정부에서 장기실종아동에 대한 노력을 조금이라도 더 해주었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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