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서랍에 사산아 방치 20대 2심도 '무죄'…"고의성 없어"
2020.11.24 10:08
수정 : 2020.11.24 17:06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자택 화장실에서 홀로 죽은 아이를 출산한 뒤 사체를 화장실 서랍에 넣어둔 20대 여성 A씨가 "고의가 아니었다"는 재판부의 판단으로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1부(성지호 부장판사)는 23일 사체유기혐의로 기소된 A씨(25)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체를 유기한다는 생각보다는 단순히 상황을 모면 또는 연기하려는 의도였다고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1심 무죄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했었다.
A씨는 2018년 11월 SNS를 통해 알게 된 남성과 만나는 과정에 임신을 했다. A씨는 임신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생활하다가 이듬해 7월 복부팽만 증세로 찾은 한의원에서 변비진단을 받았고, 9월 복통으로 찾은 내과에서 초음파검사를 통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임신 35주차였다.
출산까지 6주가 남은 상황에서 A씨는 심한 복통을 느꼈다. A씨는 자택 화장실에서 홀로 출산을 시도했다. 다량의 피와 함께 태아를 배출했지만, 아기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A씨는 화장실에 있던 투명 에어캡으로 태아를 감싸고 테이핑을 한 다음 세면대 서랍 아래 넣어 두었다.
출산 후에도 출근을 감행하던 A씨는 고열 및 출혈 증세가 지속되자 어머니와 함께 내과를 찾았다. 이후 한 대학병원에서 "배 안에 태반은 있는데 태아가 없다"는 말을 듣고 어머니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A씨의 어머니는 다음 날 아침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 6월 1심은 피고인이 일부러 시신을 숨길 고의성이 없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태(죽은 태아)에 대한 조치를 일시적으로 보류 또는 회피한다는 의사를 넘어서서 유기의 고의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사체유기의 고의가 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사태를 화장실 서랍에 넣어두는 행위만을 하였을 뿐 가족들이 찾기 어려운 곳에 숨기는 유기의 의도를 추단케 하는 행위은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사태가 방치된 시간이 이틀 정도에 불과했다"며 "사태가 방치된 기간이 짧은 점도 피고인의 유기 고의를 추단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