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판지만 웃었다… 제지社 실적 ‘명암’

      2020.11.24 17:51   수정 : 2020.11.24 17:51기사원문
코로나19 장기화로 제지업체들의 실적 명암이 갈리고 있다. 음식과 제약, 화장품 등 고급 포장재로 쓰이는 백판지 업체들은 실적개선으로 수익성이 향상된 반면, 인쇄용지 등 다른 제지업체들은 수요감소 등으로 실적악화가 이어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3·4분기에 백판지 업체들은 대부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깨끗한나라는 올해 3·4분기에 매출 1462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지난해(1505억원)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약 두 배로 급증한 규모다. 이 회사의 올해 3·4분기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474억원, 462억원이다.

다른 업체들도 영업이익 증가가 확연하다. 지난 5월 한국제지에 인수된 세하의 3·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2% 늘어난 58억원을 기록했다.
한창제지도 같은 기간 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보다 72% 늘어났다. 제지업계를 통틀어 영업이익률이 10%를 넘는 곳은 세하(12.4%)와 한창제지(12.7%) 등 두곳 뿐이다.

깨끗한나라와 세하, 한창제지 등 3개사는 백판지 업계 2~4위 업체들이다. 이에 반해 다른 업체들은 실적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제지업계 투톱인 한솔제지와 무림페이퍼는 외형과 수익성 모두 역성장했다. 한솔제지는 백판지시장에서 1위지만, 인쇄용지와 특수지 분야의 적자가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산업용지가 주력인 무림페이퍼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백판지업체들의 실적개선의 주된 요인은 원재료값 하락이다.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백판지의 재료인 펄프와 폐지가격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여기에 원·달러환율 하락으로 수입단가가 낮아지면서 원가부담이 크게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폐지업체들의 '큰 손'으로 불리던 중국이 폐지 수입 중단으로 폐지가 과잉 공급돼 가격이 내려갔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배달 음식, 온라인 쇼핑 증가와 마스크 포장 등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며 수요도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백판지 분야의 신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솔제지는 323억원을 들여 대전공장의 백판지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한창제지는 지난 9월 인수한 신풍제지 설비를 바탕으로 내년까지 78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다만 4·4분기에도 백판지 업체들의 높은 수익성이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환율 반등과 중국의 폐지수입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 등이 변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최근 반등하고 있는데다 중국이 폐지 수입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코로나로 제지업계는 한 가지만 생산해선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포트폴리오 다양화로 생존을 모색해야할 시기"라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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