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발 '감찰 파동'…野 '문대통령=무능' 프레임으로 '돌파'
2020.11.25 06:01
수정 : 2020.11.25 09:47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국민의힘이 여권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파상 공격에 맞서 문재인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게 직접 칼을 꺼내 들자 이제 검찰 장악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처리를 몰아치는 여당과 한판 싸움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25일 국회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모두 열린다.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에서는 공수처법 개정안이, 추천위에서는 후보 추천을 위한 막판 논의에 들어간다.
공수처 연내 출범을 약속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시간 끌기에 말려들지 않겠다며 추천위 재가동과 별개로 공수처법 개정을 함께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투트랙' 전략인데 여기에 전날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 결정이 나오며 '쓰리트랙' 전략 아니었냐는 뒷말이 범야권에서 나온다.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공수처 출범 의도를 노골화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추 장관의 발표가 나오자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국민은 정부 내 이런 무법 상태에 경악한다"며 "법무(法無)장관의 무법(無法) 전횡에 대통령이 직접 뜻을 밝혀야 한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야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통화에서 "징계와 직무배제 사유를 보면 과연 이를 추미애 장관이 말할 수 있는 내용인지 모르겠다"며 "추 장관이 대한민국을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당 장제원 의원은 "헌정사상 초유의 국가 권력이 검찰총장에게 가하는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검찰개혁과 공수처에 시선이 확 쏠리게 되자 당 내부에서는 민주당의 짠 프레임에 빨려 들어가선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국회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내주고, 임대차 3법 강행 통과를 막지 못한 데 더해 공수처 현안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여당이 바라는 '장외투쟁'을 지양하고, 정부·여당의 부동산 실책을 더 부각하며 대안 정당으로서 정책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다.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공격으로 민주당의 공수처 출범 의지가 명약관화해진 만큼, 우려 목소리는 분명하게 내되 에너지 낭비는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수억원씩 오르고 전·월세 시장은 초토화되고, 정부·여당 관계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실언이나 내뱉는 등 부동산 상황이 최악"이라며 "이를 덮어야 하니 '공정'을 내걸고 윤 총장을 공격하고 발목잡기 프레임을 야당에 들이밀며 여론을 환기하려는 게 지금의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저쪽은 우리가 동의하든 말든 공수처를 출범시킬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는 분명하게 하되 부동산 실책을 지금보다 더 집중해서 부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초선 의원은 "공수처는 답이 정해져 있다. 거대 여당이 밀어 붙이면 막을 방법이 없다"며 "그러나 부동산은 저들이 힘으로 밀어 붙인다고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등 완전히 다른 성질인 만큼 우리가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