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하는 집값 안정 효과 의문… 한채 가진 은퇴자만 박탈감
2020.11.25 18:33
수정 : 2020.11.25 18:33기사원문
■서울아파트 76%가 6억↑
25일 국세청의 발표처럼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74만4000명까지 늘어난 건 현 정부 들어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종부세 납부 대상 부동산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현행 종부세 납부 기준은 6억원(1세대 1주택자 9억원)인데, 집값이 폭등하면서 6억원 이하의 집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9억원 이상의 주택 비율은 2016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지만 종부세 납부기준금액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정치권에선 종부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야당에선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종부세 기준을 9억원(1세대 1주택자 12억원)으로 인상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35%였던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이달 18일 기준 24%로 크게 줄었다.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로도 6억원 이하 아파트의 비중은 71%에서 62%로 감소했다. 반면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비중은 커졌다. 지난해 말 서울 지역에서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비중은 37%였지만, 최근엔 47%가 됐다. 수도권 전체로는 14%에서 19%로 늘었다. 종부세 대상자가 작년보다 14만9000명 증가한 이유다.
작년과 같은 세율이 적용됐음에도 종부세 고지세액이 증가한 것은 공시지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올해 전국 평균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5.98%다. 서울은 14.73%다. 강남구(25.57%), 서초구(22.56%), 송파구(18.41%), 마포구(12.30%), 용산구(14.50%), 성동구(16.22%) 등은 평균을 웃돌았다.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의 공시가격상승률은 평균 21.1%에 달했다. 또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작년보다 5%포인트 오른 90%가 적용됐다.
내년이 더 문제다. 종부세율이 오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종부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턴 1주택자 종부세율이 0.6~3.0%로 많게는 0.3%포인트 상향되고, 다주택자 최고세율은 3.2%에서 6%로 두배가량 뛴다. 정부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해 90%에서 2021년 95%, 2022년 100%까지 순차적으로 올릴 계획이다. 또 조정대상지역 2주택의 세부담 상한을 200%에서 300%로, 법인 주택분의 세부담 상한을 폐지한다.
■"소득 없는 은퇴자 입장에선 약탈"
정부가 노리는 건 집값이다. 기재부 세제실 고위관계자는 "종부세 고지에 따라 다주택자는 집을 내놓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공급이 늘어나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연구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김유찬 원장은 "적절한 조세부담을 같이 감안해서 적절한 수준으로 정한 것"이라며 "세금 내는 사람들은 안 내던 세금이니 부담스럽겠지만,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것에 비해선 아주 작은 부분이라서 적절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종부세가 집값 안정엔 효과가 없다고 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억 단위로 뛰는데 집을 팔겠냐"고 반문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부세를 올리면 자녀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미 진행 중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국 주택 증여 건수는 11만9249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서울 아파트 증여는 1만9108건으로 연 2만건 돌파를 앞두고 있다.
종부세가 부익부 빈익빈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 교수는 "증여가 늘어나면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 거래량이 줄어 정부는 이에 따른 대책을 또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산세는 재산에 비례해서 내면 되는데 누진적 과세 탓에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이라며 "다주택자들이야 증여하겠지만, 은퇴자처럼 소득 없이 집 한채만 가지고 있는 사람 입장에선 '약탈'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