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글쫄깃 벌집껍데기, 바삭짭짤 황태튀김.. '홈술'이 맛있어진다
2020.11.26 17:23
수정 : 2020.11.26 17:23기사원문
코로나19로 홈술, 혼술이 대세라지만 '안주거리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그동안 집에서는 술을 잘 마시지 않았다. 기껏해야 '생라면에 맥주 한 캔'이 전부였다. 대상 '청정원'에서 나온 '안주야'가 홈술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았다. 이제 집에서 아내와 둘이 즐기는 술자리가 기다려진다. 한 마디로 자꾸 생각나는 '마성의 안주'다.
'안주야'는 청정원이 지난 2016년 식품업계 처음으로 선보인 안주 전문 가정간편식(HMR)이다. '직화불막창' '직화무뼈닭발' '양념벌집껍데기' '오돌뼈볶음' 등 소주와 잘 어울리는 '논현동 포차 스타일'에 이어 최근에는 '닭껍질튀김' '쭈꾸미튀김' '황태튀김' 등 홈펍(Home Pub) 라인을 새로 선보였다.
■비오는 날은 소주에 막창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어느 날 퇴근 무렵, 카톡이 연신 울려댄다. "밤 10시 전에는 반드시 귀가하라"는 아내의 명령이다. 소주 한 잔(?)으로 저녁 미팅을 대신하고는 재빨리 집으로 방향을 잡았다.
소주가 두 병 준비돼 있다.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과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이다. "소주도 맛이 조금씩은 다르지 않나. 음식과의 궁합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아내의 주장이다. 하지만 오늘 소주는 조연에 불과하다.
냉동실 속 여러 '안주야' 메뉴 가운데 '양념벌집껍데기'를 첫 번째로 꺼냈다. '시간이 지나 굳으면 질겨서 다시 데워야 한다'는 후기를 본 적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쓸데 없는' 걱정이었다. '안주빨'을 세운 아내가 건배도 생략한 채 '순삭'을 해버린 때문이다. 나는 달랑 소주 한 잔에 껍데기 두 점 먹었을 뿐인데 접시가 텅~ 비었다. 무슨 맛인지 느낄 새도 없었다. "양이 너무 작아서 아쉽다"는 아내의 말을 뒤로 한 채 새로운 '양념벌집껍데기'를 전자레인지에 돌려야 했다.
2분 남짓한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전자레인지에서 눈을 떼기가 힘들다. 침샘이 폭발한다. "이번에는 내 차지"라고 선전포고를 한다. 제법 두툼하지만 칼집 덕분에 양념이 잘 배었다. 탱탱 쫄깃한 식감에 소주가 절로 넘어간다. 오랜 만에 소주에서 단맛이 난다.
다음에는 양파나 다른 야채를 넣어서 후라이팬에 조리해볼까 싶다. 양도 더 많아질테고, 맛도 더 좋을 것 같다. "앞으로 많이 쟁여놓고 먹자"는 아내의 말이 반갑다. "대신, 다음에는 막걸리랑 먹자. 궁합이 더 좋을 것 같다"는 말은 없어도 좋은데 굳이 보탠다. 소주보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아내다.
후속타자는 '오돌뼈볶음'이다. 쌀쌀한 가을 밤 여의도 길거리 포장마차에 앉아서 먹던 그런 정취는 없지만 맛은 훨씬 훌륭하다. 오도독 씹히는 뼈보다 살이 많은 것도 내게는 안성맞춤이다. 깻잎 위에 마늘과 오돌뼈볶음을 올려서 먹으면 좋겠다. 하지만 집안 어디를 뒤져봐도 깻잎은커녕 풀잎 하나 찾을 수가 없다. 아쉬움만 삼킬 뿐이다. '오돌뼈볶음'도 소주 안주로 '추천'하련다. 다만, 1인당 1개를 권유한다. 둘이서 하나를 나눠먹다가는 자칫 "서로 더 먹겠다"고 싸움이 날 수 있다.
(내가 맵찔이여서 그런지)'직화불막창'은 예상보다 더 맵게 느껴진다. 불향이 코끝을 찌르는게 첫인상이 마음에 든다. '석쇠에 구웠다'는 광고문구가 거짓이 아닌가보다. 매운데 자꾸 당기는 그런 맛이다. 아내가 안 먹는 메뉴라 독차지할 수 있어 더 좋다. 매운 맛을 달래는 데는 마요네즈 만한 게 없다. 그냥 먹을 때와는 또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어라, 가만보니 마요네즈가 '청정원 유기농 마요네즈'다. 요즘 집사람 센스가 많이 늘었다.
저녁을 따로 먹지 않기를 참 잘했다. 급히 냉동실에 있는 공기밥 하나를 전자레인지에 데웠다. 파김치를 잘게 썰고, 남은 불막창을 가위로 조자린 다음 밥과 함께 양푼에 넣고 쓱~쓱~ 비볐다. 볶음밥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알딸딸한 기운에 기름기 가득한 후라이팬까지 설거지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 한 술 뜨니 이게 바로 꿀맛이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일곱 숟가락 만에 해치웠다(우리집 밥공기가 크지 않아서다).
'진로이즈백'과 '처음처럼' 중에 어느 술이 어느 안주와 어울리는지 알아보려 했는데 번갈아 마시다보니 구분이 안 된다. 다음 기회에 다시 알아봐야겠다. 확실한 것은 '양념벌집껍데기' '오돌뼈볶음'이 소주와 아주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주말엔 가볍게 맥주에 황태
'설마'했는데 '역시'였다. 식탁 위에 오비맥주의 '카스', 하이트진로의 '테라',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가 줄지어 서 있다. 주중에 소주를 마셨으니 '주말엔 맥주'라는 아내의 정연한 논리다. 에어어프라이어 옆에는 '안주야' 튀김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맥주 안주는 역시 튀김이 제일"이라며 엄지척하는 아내다. 사실 오늘을 위해 '신상' 에어프라이어를 장만했다. 기사에서 "에어프라이어에 최적화된 튀김 기술을 적용해 갓 튀겨낸 듯한 바삭한 식감을 구현했다"고 봤던 기억이 난다. 기대감이 쑥~ 올라간다.
아내의 첫 번째 선택은 쭈꾸미, 나는 닭껍질이다. 사실 '닭껍질'이란 말만 들어도 느끼한 기름이 떠오르고, 혈관 내벽에 기름이 쌓이는 상상이 된다. 프라이드치킨 먹을 때도 껍질은 버리고 살만 먹는다.
믿을 만한 지인(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임원)이 '강추'라고 해서 시도해볼 참이다. "닭껍질은 식재료로 오해를 받는 면이 있다. 닭껍질에 있는 지방은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상대적으로 많다. 삼겹살보다 좋은, 건강한 안주"라는 그의 주장이다. 따로 팩트 체크를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거 기대 이상으로 괜찮다. '기름' 생각은 1도 안 날 만큼 깔끔한 맛이다. 추천인에 대한 신뢰도가 적어도 20점은 올라간다. 다만, 고추 시즈닝으로 밑간을 해서 그런지 맵다. 점수를 좀 깎아야겠다. 지금 내게 제일 필요한 것은 마요네즈다.
'쭈꾸미튀김'도 살짝 매콤하다. 다행스럽게도 거부감이 들 정도는 아니고, 오히려 맥주를 부르는 맛에 가깝다. 질겅질겅 '씹는 맛'이 맥주 안주로는 딱이다. 호프집에서 먹던 마른 오징어는 댈 것도 아니다. 이 와중에 아내는 초고추장을 꺼내 찍어먹는다. 쭈꾸미튀김으로 아내와 맥주 한 캔씩을 비웠다. '양이 아주 적지는 않다'는 얘기다.
'황태튀김'은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먹태를 떠올리며 골랐다. 바삭하고, 간간한 것이 자꾸만 손이 간다. 아내가 먹다 남긴 초고추장이 '신의 한수'다. 맥주 한 모금에 두세 개를 집어먹으니 아내가 눈을 흘긴다. 아내는 "튀김옷이 조금만 더 얇았으면 원재료의 식감을 더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아내의 젓가락은 황태튀김을 담은 접시를 떠날 줄을 모른다.
이날의 진짜 승자는 '베이비 크랩'이다. 맥주 안주로는 가히 최고라고 부를 만하다. 게껍질 특유의 담백한 맛이 난다. 따로 소스가 필요없을 정도로 짭조름한데 마요네즈와 궁합이 나쁘지 않다. 특히 다리 부분은 여느 과자보다 더 고소하다. 바사삭~ 씹히는 것이 ASMR로 들려주고 싶을 정도다. "이럴 줄 알고 두 봉지를 사왔다"는 아내의 말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어느 브랜드의 맥주와 더 잘 어울렸는 지는 비밀이다.
아내에게 물었다. "오늘 먹은 안주야를 한 마디로 평가하자면?" 아내는 "살찐다. 맛있어서"라고 답했다. "당신은?" 이번에는 아내가 물었다. "한 잔 더. 너무 맛있어서."
이 말의 속뜻을 정확히 짚어낸 아내가 벌떡 일어나 냉장고문을 활짝 열었다. "이번에는 뭘 먹을까. '안주야' 중에서 우리가 안 먹어본게 뭐지?" 오늘은 유난히 밤이 길다.
아내와 함께 야식에 반주를 즐기려면 역시 아이를 먼저 재워야 한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래야 더 맛있게 느껴진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