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판사 "비싼 월급받는 검사 국민세금으로 뒷조사 문건 만들어"

      2020.12.03 11:57   수정 : 2020.12.03 14:24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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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현직 부장판사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만든 '재판부 분석 문건'을 오는 7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안건으로 올리고, 대법원 산하의 법원행정처에 이 사건을 조사해 달라고 제안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장창국 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32기)는 지난달 27일 전국법관대표회의 게시판에 '검찰의 행동에 대한 법원 대응을 위해 다음 사항 결의를 안건으로 제안합니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이 글은 이 후 수차례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윤 총장이 사찰이 맞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해달라며 변호사를 통해 특수 공안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 분석 문건을 당당하게 공개했다"며 "그것을 보고 유독 특수 공안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되면 언론사에서 '판사가 친기업적인 판결을 계속 하고 있네'라는 기사를 내는데 그런 정보를 검찰이 언론사에 제공해서 나온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썼다.

이어 "이는 검찰의 법원 길들이기 작업이고 검찰의 면피 작업"이라며 "판사님 중에 문건 작성 검사에게 여러분의 신상 정보를 스스로 말하거나, 수집에 동의하는 분이 계신가"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변호사는 변호사 입장에서 '왜 이것이 문제가 되지?'라고 가볍게 생각해 공개를 했지만, 국가기관이 이러면 안 된다"며 "공판에 판사가 어느 연구회 소속이고 취미가 무엇인지,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는지가 왜 중요한가? 왜 이런 문건을 비싼 월급을 받는 검사가 국민세금으로 만드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정 수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회의 안건으로 넘길 수 있기 때문에 동의하는 분들은 댓글로 꼭 부탁한다"며 "잘못은 검찰이 했는데 법원행정처가 벌을 받는 듯해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현시점에서는 대법원장님이 계신 행정처가 일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장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는 검찰이 소위 사법농단 관련 수사에서 취득한 정보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했는지 조사해 법관대표회의에 보고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해야한다" "검사가 법관 사생활 등을 조사하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을 해치고 형사소송절차에서의 검사의 객관 의무에 반하는 위법행위임을 확인한다"는 취지의 제안사항을 올렸다. 다만 해당제안 사항은 수차례에 걸쳐 수정됐다.

이후 해당 게시글에는 5개가 넘는 찬성 댓글이 달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 글을 두고 익명게시판 등 판사들 내부에서는 격론이 오가고 있다고 한다. A판사는 "재판부 성향을 분석한 것을 '사찰'이라고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B판사도 "관련 사건이 계속 중인만큼 결의가 재판에 간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C판사도 "법원행정처는 조사권한이나 수사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검찰이 이에 응할 이유도 없다"며 "최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판사들의 집단행동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나온 마당에, 이같은 글을 올린 것은 정치 논쟁에 휩쓸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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