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1일만의 하차 김현미, 강골 정치인에서 '빵투아네트'로 물러나다

      2020.12.04 16:02   수정 : 2020.12.04 16:0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강골 정치인,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토부 장관, 현미 빵투아네트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린 김현미 장관이 이제 '前국토부 장관'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내각 교체를 단행, 1261일만에 장관직에서 하차하면서다. 후임으로는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임명됐다.

다사다난했던 김현미의 '국토부장관 일대기'를 주요 설화 5개를 통해 정리해봤다.

■ [11.30]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 새워서라도 만들어"
문재인 행정부의 '원년 멤버'로 부동산 대책을 총괄한 김현미 장관은 수도권 전세대란, 전국적인 집값 급등을 비롯 부동산 시장 혼란으로 비판 받았다.
이 가운데 김 장관의 말실수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11월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김 장관은 주택 공급과 관련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파트 공급을 '빵 굽기'에 비유한 김 장관의 실언에 야권의 조롱과 비판이 쏟아졌다.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유승민 전 의원의 "마리'빵'투아네트" 발언이 대표적이다. 유 전 의원은 김 장관에게 "아파트가 하루 만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나"라며 "아파트가 아니라 아파트 정책을 만들어라"고 일갈했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마리앙투아네트의 '딴나라 발언' 시즌2"라고 비꼬았다.

■ [11.10] "저희 (일산) 집 정도는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
지난 11월 10일 국회 예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장관은 "저희 집(고양시 일산서구 소재) 정도는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김 장관이 거주하는 일산서구 소재 아파트는 디딤돌 대출로는 구입하기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가격 5억원 이하, 전용면적 기준 85㎡ 이하 주택을 마련할 때 무주택자들이 디딤돌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실제 김 장관의 아파트는 5억원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아파트단지 주민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장관 본인 소유 아파트의 정확한 시세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부정확한 가격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매우 경솔한 언행이었다"며 "부적절하고 개념 없는 발언을 엄정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심과 괴리가 큰 발언일뿐 아니라 사실과 다른 정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이웃의 민심까지 잡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 [10.16] 전세대란 두고 "매매시장은 안정세, 전세시장 불안은 계속"
지난 10월 16일 열린 국토교통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김 장관의 '빵 터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가수 나훈아의 '테스형'을 재생, "세상이 왜 이렇게 힘들어"라는 가사를 들려주며 전세대란 문제를 거론하면서다.

김 장관은 테스형 노래에 '빵 터진' 가운데 여전히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답변을 내놓아 비판을 받았다. 그는 "최근 매매시장은 안정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전세시장은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며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 역시 민심과 괴리가 있는 발언 중 하나로 꼽힌다.


■ [8.25] "다주택자, 법인이 내놓은 물건을 30대가 '영끌'로 받아줘.. 안타까워"
김 장관의 '30대 영끌' 발언은 지난 8월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왔다. 이날 김 장관은 "최근 다주택자 등이 보유하고 있는 물건이 많이 거래됐는데 그 물건을 30대 젊은층이 '영끌'로 받아주는 양상"이라며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고 집을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장관의 이같은 발언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 야권은 거세게 반발했다. 하 의원은 페이스북에 "30대가 패닉바잉에 나선 것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전쟁터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김 장관은 유체이탈 화법 말고 집값, 전셋값 폭등에 대해 국민들께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 [1.20] 항의하는 지역구 주민에 "동네 물이 많이 나빠졌네"
올해 초에도 김 장관은 지역구 주민에 대한 과격한 말로 구설에 올랐다. 김 장관은 지난 1월 14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청에서 열린 신년회 행사에서 한 시민이 "고양시가 망가졌다"고 항의하자 "아니에요"라고 했다. 이후 주변인들에게 "그동안 동네 물이 많이 나빠졌네"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다.

여론 악화에 김 장관은 결국 지역 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저의 수양이 충분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앞으로 좀 더 성찰하고 정진하겠다"며 사과했다.

국토부장관에 임명되기 전 김 장관은 정치권 안팎에서 소신 있는 직업 정치인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김 장관에게 "(현미)빵투아네트"라고 한 유승민 전 의원도 2005년에는 김 장관을 높이 평가했다. 당시 유 전 의원은 "한나라당에도 김현미같은 인물이 필요하다.
당의 일에 대해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독종"이라고 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김 장관의 연이은 설화에 따른 여론 악화와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평가를 받으며 장관직을 내려놓게 됐다.
다만 청와대는 전세난 및 집값 급등에 따른 경질이 아니라고 밝혔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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