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만취상태로 성폭행 당한 뒤 '괜찮다' 말했다고 성관계 동의 아냐"

      2020.12.06 10:03   수정 : 2020.12.06 10: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술에 취한 상태로 성폭행을 당한 뒤 "괜찮다"고 말했다고 해서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호보에 관한 법률 위반(준강간)으로 기소된 육군 하사 김모씨(24)의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김씨는 2014년 1월 새벽 최모씨 등 지인과 술을 마시다가 최씨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화장실에 앉아 있던 미성년자 A양을 다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A양이 성관계를 한 뒤 "괜찮다"고 여러 번 답한 점, 집까지 데려다주고 집 앞에서 서로 키스를 한 점을 근거로 자발적 성관계를 주장했다.

고등군사법원은 김씨 측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씨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고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당시 고등학생이던 피해자가 술을 먹고 구토하는 등 상당히 취한 상태였다. A씨가 피해자에게 구조를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관계를 해도 되는지 동의를 구했다는 것은 진술 내용 자체로도 모순되고 경험칙상으로도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괜찮다'는 답변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형식적인 답변을 한 것일 뿐 관계에 동의하는 답변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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