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킥복싱 유망주 '악몽의 스파링'…꿈은 꺾였다

      2020.12.07 06:36   수정 : 2020.12.07 10:48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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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체급차는 고작 10㎏에 불과했습니다.엘리트 선수(인 피해자의) 기량은 이제 막 운동을 배우기 시작한 우리 선수들과의 체중 차를 압도할 정도로 뛰어났기에…(억울합니다.)"

인천의 킥복싱 유망주에게 체급차가 10㎏ 이상이 나는 선수들과 연속 스파링을 시켜 급기야 재기불능에 빠뜨린 혐의로 기소된 킥복싱 체육관장 A씨(29)는 법정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해 7월4일 인천 서구의 한 킥복싱 체육관에서 체급차가 10㎏ 차이 나는 선수들과 잇따라 스파링을 한 B군(14)은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소년체전 인천대표로 선발될 정도로 기량이 우수해 유망주로 손꼽혔던 B군이었다.


사고가 나기 전 B군은 자신이 다니고 있는 체육관이 아닌 다른 체육관장 A씨로부터 계속해서 "우리 체육관으로 운동을 하러 오라"는 연락을 받게 됐다.

B군은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고 이미 소속 체육관에서 운동까지 마친 뒤였다. A씨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한 B군은 어머니에게 "(A씨 운영 체육관으로)상담을 받으러 가겠다"고 알리고 A씨의 체육관으로 향했다.

B군의 어머니는 B군에게 일어날 일(스파링)을 예상하지 못한 채 B군을 A씨의 체육관으로 보냈다.

A씨는 B군이 도착하자 같은날 오후 9시39분께 B군 소속 체육관장과 협의 없이 자신의 체육관 소속 선수 중 B군과 3~4체급 차이(체중으로는 10㎏ 차이)가 나는 선수 2명을 선발해 1명당 각 라운드별 3분씩 3라운드의 스파링을 하도록 했다.

통상 대한복싱협회 생활체육복싱 경기규칙에 따르면 B군 연령의 경기 라운드 횟수와 시간은 1분 3회, 라운드간 1분 휴식이 제공돼야 한다. 한국권투인 협회 규정에도 2분 3라운드 1분 휴식으로 명시돼 있다.

A씨는 B군이 이전에도 3분씩 3라운드 스파링을 한 적이 있고, B군의 기량이나 실력에 비춰 무리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B군과 2명의 선수를 겨루게 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던 상태였던 B군은 체중 차가 10㎏ 차이 나는 C선수와 가까스로 스파링을 마쳤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힘은 풀려 있었다.

불과 4분의 휴식 끝에 B군은 또다른 선수인 D군과 스파링을 하게 됐다. 경기 중 2회전부터 머리가 울리고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었지만, 경기는 계속됐다.

A씨는 경기를 멈추지 않았고, D군에게만 계속해서 공격 방법을 코치했다.

결국 B군은 D군에게 계속해서 머리를 맞았고 경기 직후 쓰러졌다. B군은 4~5분간 일어나지 못했고 오후 10시9분께 호흡곤란이 발생했다.

A씨는 B군이 일어나지 못하는 4~5분간 방치했고 호흡곤란을 호소하기까지 119에 신고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13분간 체육관 바닥에 누워 있게 하거나 아이스팩을 해주는 등으로 시간을 지체했다.

B군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고 두개골 절제술 및 혈종제거술의 응급수술을 받았다. B군은 결국 외상성 경막하 출혈의 상해로 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진단을 받았다. 또 더 이상 무리한 운동을 할 수 없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

A씨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인천지법 11단독 김이승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B군의 기량이 두 선수들과의 체중차를 압도할 만큼 뛰어났고, 3분씩 3라운드 스파링이 무리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하면서다.

또 스파링에 관한 규정이 확립돼 있지 않고, 현실적으로 링 닥터나 구급차를 대기시킨 채 스파링을 하는 경우가 드문 점, 5분 뒤 119에 신고해 응급실 후송을 지체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한복싱협회 규칙 및 한국권투인협회 경기방식 규정 및 자문을 통해 B군 연령에서 B군에게 적용된 스파링 시간과 체급차, 휴식시간, 연속성 등이 적절치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B군의 보호자와 소속 관장에게 스파링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 혹시 모를 상해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4~5분간 일어나지 못할 동안 119에 신고하거나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은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A씨가 B군 측과의 민사소송에서 조정을 거쳐 3400만원을 지급했고, B군 측이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재판부는 "소년체전 인천대표로 선발될 정도로 우수한 선수였으나,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중한 상해를 입어 더 이상 무리한 운동을 할 수 없게 됐다"면서 "다만 피고인이 민사소송에서 조정 끝에 3400만원을 지급하고, 피해자 측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에 비춰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곧바로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구체적 항소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A씨의 항소심 재판은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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