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값 떨어지는 순간 ‘깡통전세’ 전락… 경매 유찰도 수두룩

      2020.12.07 18:10   수정 : 2020.12.07 18:10기사원문
#. A씨는 보유 중이던 경기도권 빌라가 1년째 안팔리자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에 '1억3000만원에 팝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글을 올린 지 얼마 안돼 곧바로 집을 팔아주겠다는 부동산 컨설팅업체 전화를 받았다. 1억5000만원에 전세를 들어올 세입자를 구해올 테니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그 이후에 집을 살 개인투자자를 구해오면 매매계약을 진행하면 된다는 얘기였다.

매매가와 전세가 차액인 2000만원은 컨설팅업체 통장으로 이체시켜 달라는 게 조건이었다. A씨는 골칫덩어리였던 빌라를 팔아주겠다는 말에 며칠 뒤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맺었지만 '이렇게 진행해도 문제 없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빌라 무갭 투자를 권유하는 부동산 강사와 컨설팅업체들의 시장교란행위가 활발해지면서 전세매물을 구하느라 발을 동동 구르는 세입자들이 표적이 되고 있다. 이들은 매수자들에게는 '돈 한 푼 없이 투자할 수 있다'며 취득·등록세와 법무비까지 지원해주겠다고 유혹하고 있다. 아파트와 달리 빌라는 매매가와 전세가 방어가 취약하기 때문에 매매가가 떨어지면 '깡통전세'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특히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해당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면 전세금을 일부 회수하지 못하거나 낙찰자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전셋집을 떠안는 피해를 입게 된다.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금전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무갭 빌라, 보증금 리스크 가장 높아

법무법인 대건의 한상준 변호사는 7일 "최근 빌라 무갭 투자 관련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며 "인천 등 경기도권뿐 아니라 서울 양천구, 서대문구, 마포구 등에서도 소송건이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소송을 진행한다 해도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는 어렵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경매에서 해당 빌라를 낙찰받은 사람이 선순위인 전세금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전세금이 낙찰가격보다 높다면 낙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세입자들이 해당 빌라를 낙찰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선전세권이나 선임차권이 설정된 연립 및 빌라 경매물건의 경우 유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실제로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 경안리치빌 빌라 경매물건의 경우 5차례나 유찰됐다. 이 물건은 선순위 임차인이 강제경매를 신청했지만 감정가와 전세보증금이 모두 1억3100만원이라 낙찰자가 선뜻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세금반환보증 가입이 필수

전문가들은 전세금을 지키기 위해서는 임차한 집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전세금을 건질 수 있으려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세입자 입장에선 무갭 투자 물건이든 아니든, 전세금 회수 리스크가 기본적으로 있다"면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외에 할 수 있는 조치가 많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세입자가 끊길 가능성이 덜한 역세권이나 신축 빌라에 입주하는 편이 그나마 보증금 피해를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 소장은 "최근 행정정보 검색이 용이해지고 있다"면서 "몇백채씩 문어발식으로 갭투자하고 있는 집주인은 의심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전세금을 떼이지 않기 위해서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이 가장 중요하다"며 "최근 전세매물이 부족한데 유독 매물이 많거나 전세가율이 90% 이상인 물건들은 무갭 투자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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