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연저감장치 제조사, 원가 부풀려 보조금 수백억 가로채
2020.12.08 11:21
수정 : 2020.12.08 11: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국민권익위원회가 실태조사 결과 매연저감장치 제작사들이 제조원가를 2배 가량 부풀려 정부 보조금을 수백억 가로챈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위법 행위는 수사기관에 의뢰하고 관련 문제점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권익위는 노후경유차 등에 부착하는 매연저감장치 보조금 편취 신고를 토대로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관계기관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위법행위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하고 관계기관에 통보했다고 8일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환경부는 자동차 매연저감장치의 적정 원가를 산정하기 위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한국물가협회 등을 통해 용역 진행했다. 환경부는 13개 제조업체의 제출원가를 기초로 대당 975만원이라는 보조금을 책정해 지원하기로 했으나, 권익위 실태 조사 결과 그 중 한 제작사는 매연저감장치인 ‘DPF(Diesel Paticulate Filter Trap) 대형복합재생’ 대 당 가격을 원가인 405만원의 2배에 가까운 870만원으로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권익위는 제작사들이 부풀린 제조원가를 바탕으로 차량소유자가 부담해야 할 자기부담금을 대납 또는 후납 처리하는 등 미납 시에도 장치를 부착해주고 부당하게 보조금을 수령한 의혹도 제기했다.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작사들이 매연저감장치를 차량에 부착할 경우 차량소유자가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자기부담금을 납부했다는 사실을 ‘자동차 배출가스 종합전산시스템’에 등록하고 이것이 확인되면 장치 가격의 90%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권익위 조사 결과 수도권 등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는 자기부담금 납부 확인을 소홀히 하고 보조금을 집행하는 등 관리·감독상 문제점 발견됐다.
이 외에도 권익위는 △환경부 출신 공무원이 한국자동차환경협회 간부로 재직하고, 협회 간부였던 자가 부착지원센터의 실질적인 대표로 활동하는 등 한국자동차환경협회-부착지원센터-제작사간 유착관계 의혹 △협회는 수억 원의 회비를 제작사로부터 받고, 센터는 소개 수수료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제작사로부터 받는 등 다양한 위법 행위 의혹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삼석 권익위는 심사보호국장은 "매년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매연저감장치 보조사업에 혈세가 낭비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제작 원가를 제대로 산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국민권익위는 보조금 누수 차단을 위해 적극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