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사망 '16개월 입양아' 양부모 기소··· "췌장 끊길만큼 맞았다" (종합)
2020.12.09 11:52
수정 : 2020.12.09 17:54기사원문
숨진 여아는 올 1월 입양된 뒤 지난 3월부터 사실상 방치됐고 이후 지속적인 폭행을 당했다.
■방치하다 때리고 때리다가 죽였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이정우 부장검사)는 지난 8일 양모 A씨를 아동학대치사, 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를 방치한 양부 B씨를 아동학대, 아동유기 및 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A씨에겐 아동학대, 아동유기, 방임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A씨는 지난 6월부터 10월 12일까지 입양한 16개월 딸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월 입양된 딸은 폭행이 시작된 뒤 좌측쇄골 골절 및 장간막파열 등의 피해를 입기도 했으며 10월 13일엔 역시 폭행 피해로 병원에 실려왔지만 끝내 사망했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의뢰 등을 거쳐 여아가 등 부위를 맞아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 내 출혈로 사망했다고 결론지었다. 피해 여아는 췌장 절단 외에도 소장과 대장 장간막열창 및 광범위한 후복막강출혈이 있는 상태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딸이 밥을 먹지 않아 화가 나 배를 손으로 때리고 들어 올려 흔들다가 떨어뜨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씨는 지난 8월엔 피해여아가 타고 있던 유모차를 힘껏 밀어 유모차가 엘리베이터 벽에 부딪치게 하고 유모차 손잡이를 강하게 밀치는 등 5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받는다.
방치도 문제가 됐다. A씨는 3월부터 숨질 당시까지 15회에 걸쳐 피해여아를 장시간 집 안이나 자동차 안에 혼자 있도록 했다. 피해여아가 어린이집에 가지 못한 9월엔 밥도 잘 먹지 못해 몸무게가 현저히 줄고 건강이 악화됐음에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남편도 방관했다. 남편 B씨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A씨가 딸을 방치하는 걸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6월부터 본격적인 폭행이 시작되고 피해여아가 몇차례 골절상을 입는 등 문제를 알 수 있었음에도 마찬가지였다. A씨가 딸을 학대하는 걸 암시하는 문자를 보내왔음에도 B씨는 끝내 개입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4월 B씨가 피해여아가 울며 저항하는데도 양팔을 꽉 잡고 강제로 손뼉을 강하고 빠르게 치도록 한 부분이 정서적인 학대에 해당한다며 B씨에게도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에겐 4살짜리 친딸이 있었다. 폭행과 학대는 친딸이 보는 앞에서도 자주 일어났다.
국과수는 사인이 된 손상 외에도 후두부, 좌측 쇄골, 좌·우측 늑골, 우측 척골, 좌측 견갑골, 우측 대퇴골 등 전신에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등과 옆구리, 배, 다리 등 전신에 피하출혈도 발견됐다. 사실상 폭행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검찰은 A씨와 B씨가 깊은 고민 없이 친딸과 터울이 적은 동성의 여아를 섣불리 입양하고 그 스트레스로 학대를 했다고 판단했다. 입양기관의 입양절차 및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무얼 위해 존재하나
더욱 충격적인 건 A씨 부부가 딸을 입양한 뒤 3차례나 아동학대 신고가 이뤄졌다는 점에 있다. 이때마다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은 학대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딸을 부모에게 돌려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는 서울 양천구 목동 병원에 실려와 숨지기까지 사회로부터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했다.
경찰은 뒤늦게 관련자를 징계했다. 서울 양천경찰서에 지난 5, 6, 9월 3차례에 걸쳐 학대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A씨와 아이를 분리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 신고인 지난 9월 신고에선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이 학대를 의심해 데려간 병원에서 병원장이 충격을 받아 신고까지 접수했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당시 경찰은 여아 부모와 대질조사를 진행한 뒤 "혐의점이 없다"며 집으로 아이와 함께 돌려보냈다.
경찰은 3차 신고를 처리한 양천서 경찰관 5명을 지난 4일 징계위에 회부했다. 1, 2차 신고 관련 경찰관 6명에겐 주의와 경고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대학교수와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 입양기관, 사법경찰관 등과 함께 아동학대사건관리회의를 개최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한 상태다. 이 결과는 일선 기관에 통보될 예정이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