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소녀상 영구설치’에 日반발...다른 소녀상들은 ‘안녕’한가요

      2020.12.11 17:49   수정 : 2020.12.11 18: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1일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의회가 ‘평화의 소녀상 영구 설치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소녀상이 가까스로 철거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또다시 유감을 표명하고 나서면서 해외 각지 소녀상들의 ‘안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日민간단체부터 정부까지 소녀상 철거에 '총동원'
11일 정의기억연대 등에 따르면 해외에 건립된 일본군 위안부 평화비·기림비는 총 33개다.

이 중 평화의 소녀상은 미국, 독일, 호주 등 13곳에 설치돼있다.

이 조형물들은 세계 각국 시민들이 전시 성폭력의 참상을 기억하며 자발적으로 나선 결과지만 그 과정은 매번 녹록잖다.
설치 전후로 일본 정부 및 기업, 극우단체 등의 '총공세'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2013년에 해외에서 최초로 세워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린데일 시립공원 내 평화의 소녀상은 ‘소송전’까지 휘말렸다. 이듬해 일본계 극우단체가 LA 연방지법에 철거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이 소송은 2017년에야 LA 대법원에서 극우단체 패소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지난해에만 배설물·낙서 테러가 4차례 발생하는 등 글린데일 소녀상을 둘러싼 위협은 여전하다.

민간단체뿐 아니라 일본 당국의 철거 요청도 집요하다. 그 선두엔 주재 대사관·총영사관을 비롯해 소녀상이 위치한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지자체들이 있다.

2017년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자 샌프란시스코와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오사카시가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결연을 끊겠다”고 통보했다. 오사카시는 이 서한을 이듬해 재차 발송했다.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 외무상 등 정부관계자뿐 아니라 자매결연을 한 나고야시에게 "소녀상을 두면 일·독 우호 관계에 큰 손해가 된다"는 내용의 서한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일본의 압박과 로비는 실제 소녀상 철거 및 설치 취소로도 이어졌다.

2016년 수원시는 자매결연을 맺은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소녀상을 세우려 했으나 주독 일본대사·총영사 및 마쓰야마시 등의 강력 반발로 무산됐다. 이후 소녀상은 바이에른주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에 자리를 잡았지만 공원 측에도 압박이 지속돼 결국 소녀상 앞 비문이 사라졌다. 지난 2018년 필리핀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 정부의 외교적 압력으로 불과 이틀 만에 철거됐다.

■日 집요한 방해에 외교부·시민단체는 ‘유감’
해외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싼 지속적인 일본의 철거 요구에 우리 외교부 및 시민단체는 유감스럽단 입장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브리핑에서 “해외 소녀상 등의 설치는 전시 성폭력이라는 보편적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추모와 교육 차원에서 해당 지역과 시민사회의 자발적 움직임에 따라 추진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인위적으로 철거하고자 일본 정부가 관여하는 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일본 스스로 밝힌 책임 통감과 사죄, 반성의 정신에도 역행하는 행보라 본다”고 비판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9일 열린 제1469차 수요집회에서 “일본 정부는 여전히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어떤 정치적·외교적 이유나 외압·공격으로도 일본군 성노예제 범죄를 덮을 수 없음을 재확인하며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의기억연대 관계자는 “현재 정의연에서 해외에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건 없지만 소녀상이 보편적 인권 문제, 전시성폭력의 상징이 된 만큼 많이 세워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jo@fnnews.com 조윤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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