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조두순··· 얼빠진 '檢' 책임은 졌을까
2020.12.12 13:16
수정 : 2020.12.12 13:15기사원문
때는 12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바닥에 수돗물을 틀어놓기까지 했다.
가해자 조두순이 12일 수감된 지 12년 만에 세상으로 나왔다. 공포에 떨던 나영이 가족은 동네를 떴다. 나영이는 이제 갓 스무 살 성인이 됐다.
나영이와 그 가족이 고통을 극복하기도 전에 조씨는 죄의 대가를 다 치른 것이다.
■약한 법 적용, 항소포기··· 얼빠진 검찰
조씨가 이토록 빨리 풀려난 데는 법적용의 오류가 자리한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검사와 공판을 담당한 검사가 내놓은 합작품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사건은 관할인 수원지검 안산지청 소속 검사가 담당했다. 수사과정에서 해당 검사는 피해를 입고 불편을 호소하던 나영이를 검찰로 직접 불렀다. 배변주머니를 차고 있었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직각으로 된 의자에 앉아 장시간 조사를 받도록 했다.
영상녹화장치 조작도 서툴러 나영이에게 당시 피해상황을 수차례 다시 말하도록 했다. 나영이 모친이 직접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에 나서 1300만원의 배상판결을 얻어냈다. 국가는 검사가 저지른 2차 가해를 세금으로 갚았다.
더욱 큰 문제는 법 적용에서 일어났다. 해당 검사는 조씨에게 형법상 강간상해죄를 적용했다. 당시 성폭력특별법이 시행돼 이 법을 적용하면 법정형이 더 무거웠지만 일반 형법만 적용한 것이다.
성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범죄인 탓에 당시 수사관계자 등도 숙지한 상식이었다. 당시 경찰은 송치과정에서 성폭력특별법 적용 의견을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낸 의견을 검찰에서 묵살 혹은 무시하고 보다 가벼운 법을 적용한 것이다. 사실이 알려지자 의혹과 비판이 쏟아졌다. 검찰은 꿈쩍하지 않았다.
결국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을 추궁하고 나서야 검찰은 “착오가 있었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건주 당시 수원지검 안산지청장이 국회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직접 답변한 것이다. 이에 단순한 착오가 아닌 큰 잘못이란 비난이 일었고 국회의원들은 검찰에 담당검사 감찰과 징계까지 주문했다.
■법적용 오류, 항소포기에도 징계 '없었다'
검찰은 태만했지만 조씨는 기민했다. 조씨는 공판과정에서 혐의 상당부분을 부인했다. 핵심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판사에게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다”며 “취해서 미쳤었나보다”고 빌기까지 했다.
검찰은 공판과정에서 조씨의 주장에 효과적인 반박조차 하지 못했다. 조씨의 증언 뿐 관련 자료가 거의 없었음에도 그랬다.
결국 판사는 음주로 인한 양형참작사유가 있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형법상 심신미약은 강행규정으로 검찰이 반박하지 않아 인정되면 판사는 반드시 판결에 반영해야 한다.
더 황당한 건 공판검사가 항소조차 않았다는 점에 있다. 이 같은 허술한 법 적용에도 검찰이 항소조차 하지 않은 탓에 12년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12일 조씨가 세상으로 나온 데는 검찰의 오류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당시 담당 수사검사와 공판검사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검사가 잘못이 인정돼 처분을 받더라도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검찰의 폐쇄성 탓이다.
당시 국회에서 지적이 된 이후 대검찰청 감찰위원회는 사건 발생 1년 만에 수사검사 A씨에게 주의조치를 주도록 검찰총장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주의는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 낮은 처분으로 감찰위는 “무기징역형을 구형하고 논고문까지 작성하는 등 피고인을 엄벌에 처하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 정상을 참작했다”고 해명했다.
심지어 감찰위는 항소를 포기한 공판검사 B씨에 대해선 “업무상 과실이 없다”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항소포기 당시 수원지검장은 차동민 김앤장 변호사, 안산지청장은 문규상 대륙아주 변호사로, 이들에 대해서도 검찰은 과실이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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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