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카카오 블록체인 쓴다…토종 블록체인 활성화 기대
2020.12.13 13:50
수정 : 2020.12.14 11:26기사원문
국내 대형 은행이 토종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해 본격 블록체인 금융서비스에 나서는 첫 사례가 나오면서, 그동안 외산 일색이던 국내 블록체인 시장에서 토종 블록체인 플랫폼의 자생력을 높이고 활성화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신한은행, 클레이튼 생태계 합류
13일 블록체인 기술전문기업 해치랩스는 신한은행이 대출 서비스 '닥터론'에 카카오의 블록체인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하는 해치랩스의 기업용 가상자산 지갑 '헤네시스 월렛'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닥터론'의 블록체인 자격 검증 시스템은 이더리움 기반으로 개발됐지만, 신한은행이 이번에 헤네시스 월렛을 도입함으로써 블록체인 플랫폼이 클레이튼으로 전환되게 됐다.
클레이튼은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국내 대형 시중은행이 글로벌 주류 블록체인 플랫폼인 이더리움을 떠나 토종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대중적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신한은행의 이번 클레이튼 합류가 토종 블록체인 플랫폼 활성화의 기반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기대다.
신한은행의 블록체인 플랫폼 전환에는 거래 수수료가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그라운드X는 클레이튼 서비스의 확장을 목적으로 내년 7월까지 클레이튼 기반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수수료 대납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이더리움은 올해 이더리움 기반 탈중앙 금융(디파이, DeFi)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거래 수수료가 대폭 높아졌다.
■신한은행, 블록체인 서비스 다각화
신한은행이 이번에 도입한 해치랩스의 기업용 디지털자산 지갑 솔루션 '헤네시스 월렛(Henesis Wallet)'은 기업이 쉽게 블록체인 지갑과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형태로 솔루션을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클레이튼 블록체인의 노드를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현재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를 위해 장외 파생상품 거래와 골드바 인증·선물 등 다양한 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블록체인을 기반으로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블록체인 기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플랫폼 구축,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 등 가상자산 금융 선점 방향을 활발히 모색 중이다.
이와관련 신한은행은 지난해 해치랩스와 공동으로 블록체인 기반 대출 자격 검증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개발했고 해당 시스템을 닥터론 상품에 접목한 바 있다.
닥터론은 의사를 대상으로 대출 금리 우대를 적해주는 대출 상품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닥터론 신청자의 자격을 실시간 검증할 수 있도록 해 서비스 효율을 높였다. 기존엔 은행 담당자가 대한병원의사협의회에 의사 고객의 정회원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검증하는데만 최대 5일이 소요됐는데 블록체인 인프라를 통해 검증에 필요한 기간을 대폭 줄인 것이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닥터론에 블록체인 자격검증 서비스를 적용함으로써 대출 신규 및 연장 건수가 전년 대비 25% 늘었고, 취급금액 역시 46% 증가하는 등 서비스 성과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srk@fnnews.com 김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