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셧다운 우려에 속출하는 임대·임차인 갈등
2020.12.14 16:56
수정 : 2020.12.14 21:09기사원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도 꺾일 줄 모르는 신규확진자 그래프는 도심 셧다운이 멀지 않았다는 공포를 일깨우고 있다. 거리두기 강화는 인구이동 감소, 소비심리 위축으로 연결돼 임대·임차인 간 갈등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영업 전면중단이나 제한을 정부가 강제하는 상황에서 임대료도 일부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3단계 코앞··· 건물주와 싸우는 자영업자들
서울 동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강모씨(53·여)는 10년 간 문제없이 지내온 건물주와 법적다툼을 준비하고 있다. 사정이 어려워 임대료를 2달 연체했는데 “그동안 월세도 안올렸는데 너무한 것 아니냐”는 문자를 받았다는 것이다.
강씨는 14일 “서운한 마음에 ‘코로나로 다 어려운데 어떻게 먼저 깎아준다는 말 한마디 없냐’고 했더니 (건물주가) 장사하는데 찾아와서 ‘법(개정된 상가임대차법) 믿고 그러나본데 그렇게 비양심적으로 하지 말라’고 반 협박 식으로 말하고 갔다”며 “밤 9시가 가까워지면 (건물주가) 앞에 와서 가게를 둘러보는데 시간 조금 넘기면 신고할 것처럼 굴어서 복장이 터진다”고 답답해했다.
건물주는 이후에도 “이거(코로나) 끝나면 두고 보자”는 등의 문자를 여러 통 보내왔다고 했다. 강씨는 조만간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변호사 사무실에는 강씨 사례와 유사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김 변호사는 “원래 형사사건을 주로 하는데 지인들이 알음알음으로 상담을 해오다 아예 수임까지 한 게 여러 건”이라며 “이미 감정이 상했기 때문에 임대료 감액청구만이 아니라 폭력이나 폭언까지 번진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영업을 중단하거나 크게 제약받은 업종은 갈등이 더욱 심하다.
서울 양천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임모씨(40대)는 “우리는 회원제라 미리 6개월에서 1년치 회원권을 파는데 거의 다 환불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와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며 “지금 분위기 보면 언제 영업을 다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데 건물주는 손해 안 보고 몇백(만원)씩 꼬박꼬박 가져가니 미칠 노릇”이라고 분개했다.
지난해부터 코인노래방을 운영한 장모씨(66·여)도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영업도 안 하고 소독도 꼼꼼히 했는데 왜 우리만 영업정지 피해를 받아야 하냐”며 “코로나로 월세 빼달라고 요구하면 (건물주가) 내년엔 월세 상한도 없이 올려 받을 수 있다는데 너무 편향된 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장사 못하면 월세도 없다" 국회서 논의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현장에서 빈축만 사고 있다. 경제적 피해를 입은 임차인이 ‘감액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여전히 건물주의 호의에 기대야 하기 때문이다.
상가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지난 10월 소송전에 돌입한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두산타워 임차상인 비상대책위원회는 “두산타워는 (임대료) 문제를 개선하거나 상생하려는 노력을 안 하고 어려운 시기에 과도한 임대료와 관리비를 요구한다”며 임대료를 절반으로 낮춰달라고 소송을 냈다. 두산타워는 ‘인근 상가 중 자발적 감면을 하는 곳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일부 자발적 감면을 했음에도 소송을 당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19 장기화가 현실이 된 뒤에야 국회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사가 멈추면 임대료도 멈춰야 한다”며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상가임대차법 개정 뒤 되려 분쟁이 늘어난 상황에서 진작 나왔어야 할 법안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이 의원은 “임대료를 멈추는 것, 이자 상환을 멈추는 것, 이것은 임대인의 이익, 은행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며 “임대인과 금융기관의 이익을 잠시 연기하는 것을 통해 우리는 국민의 생명을 지킬 기회를 얻게 된다”고 주장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