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朴 과오 사과한 김종인…떨리는 목소리로 "용서를 구합니다"
2020.12.15 12:30
수정 : 2020.12.16 09:12기사원문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를 단행했다.
김 위원장은 5분27초 분량의 사과문을 담담히 읽어내려가며 과거에 대한 반성과 향후 변화를 향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기자회견 장소에 A4용지 네 장으로 이루어진 사과문을 들고 입장한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사과문 첫머리에서부터 언급했다.
사죄·반성·잘못이라는 단어를 각각 4번씩 입에 올린 김 위원장은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기도 하다"며 통치권력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과오가 있다고 반성했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는 특히 박 전 대통령의 허물에 집중됐다.
김 위원장은 "특정한 기업과 결탁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 과정에 편의를 봐준 혐의 등이 있다. 또한 공적인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죄상도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정권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 과정에 개입한 것, 최순실씨가 통치과정에 관여하며 국정을 농단한 것을 지칭한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평생 강조해 온 김 위원장은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다"며 과거 정부의 잘못을 '정경유착'으로 압축하기도 했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바로 전날(14일)까지 이어지던 거대 여당의 독자적 법안처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등에 대한 당의 비판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현재 정국을 "민주와 법치가 오히려 퇴행한 작금의 정치상황"이라고 칭하며 "탄핵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더욱 성숙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했는데, 책임을 느끼며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사과문에 포함된 것은 이번 대국민사과에 대한 당 일각의 반발이나 불만을 의식한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사전에 사과문 내용을 공유받은 것으로 알려진 주호영 원내대표는 사과가 진행되는 동안 당 비상대책위원들과 함께 서서 김 위원장의 사과를 경청했다.
김 위원장은 사과문 말미에는 당의 미래 변화상에 대한 의지와 각오를 드러냈다. 지난 총선 참패 부분을 언급할 때는 목소리가 다소 떨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몇 번의 선거를 통해 국민 여러분께서는 저희 당에게 준엄한 심판의 회초리를 들어주셨다"며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며 언제나 반성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용서를 구합니다"라는 말로 사과문을 맺으면서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가 들렸다.
사과를 마친 김 위원장은 따로 질의응답을 받지 않은 채 담담한 표정으로 기자회견 장소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