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입양아 사망사건 "살인이냐 학대냐"

      2020.12.16 13:42   수정 : 2020.12.16 18: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입양된 16개월 여아가 양부모에게 학대당하다 사망한 사건에서 검찰이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자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청사 앞은 시민들이 보내온 근조화환으로 가득 메워졌다.

반면 검찰은 여전히 추가기소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동학대치사 15년형도 "쉽지 않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건이 아동학대 혐의로만 기소될 경우 살인죄 적용에 비해 형량이 최소 6년, 최대 십수년까지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죄 양형기준으로 징역 4~7년형을 권고하고 있다.
죄질이 좋지 않아 형을 가중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면 최대 10년까지 가중할 수 있다. 가중요소가 감경요소보다 2개 이상 많으면 특별조정으로 최대 징역 15년까지 권고한다.

법정형은 아동학대치사범에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정하고 있지만 실제 재판에서 15년 이상의 형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반면 살인죄는 일반적인 동기라도 징역 10~16년형이 선고된다. 가중요소가 있다면 18년 이상부터 무기징역까지 내리도록 권고하고 있다.

살인죄 가중요소로는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가 포함되지만 아동학대치사엔 정인양 사건 가해자에게 적용될 가중요소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아동학대치사로만 기소될 경우 처벌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이정우 부장검사)는 지난 8일 정인양 양모를 아동학대치사, 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를 방치한 양부를 아동학대, 아동유기 및 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관심을 모은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검찰은 “적용할 근거가 부족했다”며 “추가기소는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아동학대 신고 3번, 골절만 7곳인데
같은 날 발표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사인은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막 출혈이었다. 국과수는 췌장 절단 외에도 복수의 장기 손상과 광범위한 출혈이 있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상 7곳과 다수 피하출혈 흔적도 함께 발견됐다. 생후 1년을 갓 넘은 어린 아이에게 지속적인 상해를 입혀왔음을 인정하기 충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럼에도 검찰은 장씨에게 학대치사 혐의만을 적용했다.

시민들은 분노했다. 생후 7개월 때인 올 1월 이들 부부에게 입양됐고 3월부터 숨진 10월까지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됐음에도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은 수사기관의 판단이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지난 14일부터 남부지검에 근조화환을 보내 살인죄 기소를 촉구하는 단체행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날 기준 남부지검 앞엔 50개가 넘는 근조화환이 늘어섰고 정문 앞에선 한파를 뚫고 릴레이 1인 시위까지 이어졌다.

살인죄 적용과 가해자 부부 신상공개를 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16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도 14일 장씨를 “살인죄로 기소해달라”는 취지의 청원서를 남부지검에 제출했다.
시민 3만884명의 서명도 함께 전달했다.

시민들은 정인양 생전 3차례나 경찰에 학대의심 신고가 접수된 점을 들어 살인의 고의를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정인양과 비슷한 나이의 딸을 키우는 설모씨(36·여)는 “아동학대 신고가 3번이나 접수됐는데도 계속 때려서 결국 죽게 한 게 아니냐”며 “검찰 판단대로라면 (아이를) 한 번에 죽이는 사람보다 오랫동안 고문을 하다 죽게 만드는 사람이 더 가벼운 벌을 받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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