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시대, 과학인재의 조건

      2020.12.16 18:02   수정 : 2020.12.16 18:02기사원문
지난 2001년 공상과학영화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AI'를 세상에 선보였다. 여기에 등장하는 로봇은 인간과 동일한 모습이며, 심지어 지능과 감정까지 가지고 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지금, 영화에서 펼쳐진 아이디어들은 현실이 되었는가. 아직까지는 우리가 상상했던 모습이 보편화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 디지털 신기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서서히 우리 삶에 녹아들고 있음은 분명하다.

영국의 오카도라는 기업은 오프라인 매장 없이 AI를 활용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연매출 2조원을 올리는 식료품 유통업체다. 소비자의 주문이 웹사이트를 통해 들어오면 AI 알고리즘으로 주문을 접수하고, 1000여대의 로봇이 물건을 선별해 포장한다. 모든 물품이 5분 안에 포장돼 하루 내 배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국 가정의 70%가 이 회사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 이런 강점을 기반으로 오카도는 물류자동화 솔루션을 판매하는 IT기업으로도 거듭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 연방항공청(FAA)이 배송용 드론 '프라임 에어'의 운항까지 승인한 미국의 아마존은 물건을 쇼핑카트에 담기만 해도 자동으로 결제되는 대시카트(Dash Carts)를 올해 말 선보일 예정이다. 카트에는 중량센서와 카메라가 내장돼 있고 AI가 상품 종류를 인식해 소비자가 등록한 카드로 자동결제가 이뤄진다.

신약개발 분야에서도 시간과 비용 절감을 위해 AI 기술을 접목하려는 글로벌 제약기업의 움직임이 늘고 있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투자로 관심을 받은 제약회사 슈뢰딩거는 AI와 물리학 기반의 신약개발 플랫폼을 개발해 자체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타 회사에도 제공하고 있다. 기존에는 신약개발 유효물질에서 후보물질을 선정하는 기간이 5년 내외였던 반면 본 플랫폼 활용으로 기간이 절반으로 단축됐다.

이처럼 20년 전 제작된 공상과학영화 속 이야기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으며, 요즘 세계가 겪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디지털 전환 패러다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미 상당수 글로벌 기업에서는 기술개발과 인적자원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통해 디지털 전환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디지털 뉴딜정책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인적자원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따라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에서는 R&D를 수행하고 지원하는 과학기술인의 디지털기술 이해도 제고 및 활용역량 강화를 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을 기획해 올해부터 본격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 대한 기본원리와 사례를 학습하는 1단계 '입문교육'부터 사전진단을 통한 맞춤형 콘텐츠 제공 및 온라인 학습조직(CoP)을 지원하는 2단계 '심화교육', 디지털 전환 전문가로 성장을 위한 3단계 '기술적용 교육'까지, 학습자 수준에 따른 단계별 교육이 가능하도록 구성돼 있다. 특히 3단계 기술적용 교육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국가 차원의 미래 성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분야 연구에 AI 기술을 적용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국가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발전은 결국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R&D에 달려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시대에도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주체는 여전히 사람이다.
수십년간 유지돼온 전통적 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미래환경 변화를 인식하는 마인드셋과 함께 디지털 기술 활용 역량을 극대화해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박귀찬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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