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소상공인 대출이자 깎아주면 어떤가
2020.12.17 18:14
수정 : 2020.12.17 18:14기사원문
당장 비판이 쏟아졌다. 이 대표의 '당부'가 관치금융, 나아가 정치금융이라는 것이다. 그런 오해를 살 만도 하다. 같은 날 노웅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예대마진을 거론하며 "은행은 연 35조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앉아서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폭리를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악역을 맡은 노 최고위원의 말이 민주당의 본심이라는 건 삼척동자라도 안다.
평소라면 이 대표의 발언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은행은 자선기관이 아니다. 이자를 깎을지 말지는 기준금리와 신용등급 등을 고려해서 은행이 정하는 게 맞다. 그러나 지금은 태평성대가 아니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코로나 위기는 20여년 전 외환위기와 맞먹는 충격이 예상된다.
우리는 금융권에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고 싶다. 달리 보면 지금이야말로 금융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기회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전도사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한 강연에서 "사회와 공감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기업의 미래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s) 자본주의는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를 부른 주주(Shareholders) 자본주의와 대비된다. 해마다 다보스 포럼을 여는 세계경제포럼(WEF)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코로나 사태는 누가 진정으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실천하는지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올봄 코로나 금융종합대책이 나올 때 적극 참여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지급도 늦췄다.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상황이 더 어려워진다. 다행히 올해 4대 금융지주사 실적은 '빚투, 영끌' 덕에 좋은 편이다. 이달 초 새로 취임한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에게 능동적인 해법을 기대한다.
정치권에 신신당부한다. 제발 은행 팔을 비틀지 마라. 은행도 힘들다. 초저금리에 네이버 같은 빅테크들을 상대하면서 주가를 관리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정치가 나서면 자칫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