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아닌 안마업주에 무죄·유죄 엇갈린 판결…왜

      2020.12.18 08:59   수정 : 2020.12.18 09:55기사원문
대한안마사협회 회원들이 12일 오후 헌법재판소 인근인 서울 종로구 안국역 앞에서 안마사제도 합헌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2019.6.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시각장애인이 아닌 무자격 안마사를 고용해 안마업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업주에게 하급심이 엇갈린 판단을 내놓으며 논란이 다시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의료법은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고, 시각장애인 아닌 사람이 마사지나 안마서비스를 제공하면 처벌한다.

이 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헌법재판소는 2008년 이래 네 번 연속 합헌 판단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지난 10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모씨를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구씨는 2011년 9월~2019년 6월 경기 고양시에서 시각장애인이 아닌 무자격 안마사를 고용해 안마시술소 영업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구씨는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석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동종 사건에선 무죄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4월 서울 강남구에서 무자격 안마사를 고용해 영업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 재판에서다.

구씨는 재판에서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는 안마사에 관한 규칙 2조와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하는 구 의료법 87조2항2호는 국민의 직업자유,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침해해 위헌·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최 부장판사는 자격 안마사에게만 허용되는 안마 범위가 모든 안마를 포괄해 되레 시각장애인을 제외한 다른 장애인의 직업선택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구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어 "최근 안마, 마사지 시장 수요가 폭증하고 해당업종 종사자가 10만명 이상인 점, 자격안마사는 1만명도 안 되는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 입장에서도 다양한 안마를 필요와 기호에 따라 선택해 즐길 행복추구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반면 정 판사는 구씨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시각장애인 복지정책이 미흡한 현실에서 안마사는 시각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직업"이라며 "시각장애인은 역사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차별받아온 소수자로 실질적 평등을 구현하기 위해 우대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씨가 무죄를 선고받은 앞선 사건은 검찰 항소로 2심 진행 중이다. 대한안마사협회는 해당 판결에 "무자격 마사지 무죄선고는 시각장애인 안마사에게 사형선고"라고 반발한 바 있다.


구씨 측은 유죄 판결이 난 사건에 대해 지난 14일 항소했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