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대응 민낯 드러난 울산, 공공의료원 설립 시급

      2020.12.20 10:00   수정 : 2020.12.20 09: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열흘 만에 관련 확진자가 227명이나 발생하면서 울산지역 감염병 대응 능력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원의 건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확진자 비확진자 10일 넘게 한 공간에
20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역 내 음압병상 부족 등으로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치료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첫 검사에서 71명이던 울산 양지요양병원 입원환자 감염은 현재 164명으로 늘었고 의료진과 요양보호사 등 131명의 종사자 중에서도 44명이 감염됐다.



울산은 공공의료시설이 없어 감염병 관리 기능을 사실상 사립병원인 울산대병원이 맡고 있는 데 이곳도 넉넉한 형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이 코호트 격리를 통해 지역사회 확산과 환자 치료를 동시에 막아 보려했지만 내부감염을 차단할 음압병실이 없는 시설인데다 의료진 부족사태까지 발생하자 걷잡을 수 없이 내부 전파이 이뤄졌다. 결국 긴급을 요하는 중증환자는 대구의료원, 대구동산의료원 등으로 인근지역 의료기관으로 이송됐고 앞서 울산대병원에 입원치료 중이었던 경증환자들은 중증환자의 입원을 위해 경남, 경북생활치료센터 등으로 분산되는 고통을 겪었다. 그 사이 요양병원 관련 확진자 12명이 숨졌다. 더 이상 이송 가능한 병원과 격리시설이 마련되지 못하면서 병원에는 아직도 감염 우려속에 확진자 41명과 비확진 환자 48명, 종사자 64명이 위태롭게 머물고 있다.


■ 공공의료원 건립 대안으로 부상
이번 일을 계기로 울산시는 대규모 집단감염 발생 시 코호트 격리만이 능사가 아니라 이를 받쳐 줄 시설과 의료진 확보가 우선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는데, 때마침 정부의 ‘공공의료체계 강화방안’이 나오면서 공공의료원 건립이라는 대안이 떠올랐다.

그동안 울산시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통해 300병상 규모의 산재모병원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공공의료시설 추가 건립은 무리라고 봤다. 하지만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공공의료 강화에 적극 나면서 틈을 찾은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서부산·대전·진주의료원 등 3곳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면제하고 건립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어 공공의료체계 강화방안으로 2025년까지 공공의료원이 없는 지역 등 약 20곳에 공공병원을 신·증축해 병상을 5000개가량 늘리는 대책을 발표했다.

울산시는 감염병을 전담할 공공의료기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7대 광역시 중 연령표준화 사망률 1위 뿐만 아니라 응급의학전문의수, 중환자병상수, 격리병상수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어 공공병원 신축 대상지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 울산시 '울산의료원' 건립 정부에 요청
이에 송철호 울산시장은 곧바로 정부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전제로 하는 공공의료원 설립 의사를 정부부처에 전달했다. 또 시 내부에서 공공의료원 설립을 위한 용역 준비에 들어갔다.
송 시장은 지난 15일 열린 울산시의회 본회의와 K-방역 긴급 당·정·광역단체 화상 점검회의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울산지역 여론은 보다 구체적으로 ‘울산의료원’ 신설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동·시민·의료단체로 구성된 울산건강연대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요양병원과 학교의 집단감염 등이 계속해 이어지면서 공공의료원이 없는 울산의 열악한 의료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공공병원 설립 요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지금이 울산의료원을 설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라며 조속히 추진을 울산시에 촉구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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